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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태풍 솔릭이 반가운 이유

일상|2018. 8. 21. 09:27

한반도에 올 여름에 처음 지나가는 19호 태풍 솔릭, 장기간의 폭염에 지쳐서 기다리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저 또한 그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저는 이 태풍이 반갑네요.

 

저희 부모님이 어업에 종사하시거든요. 남쪽 지방처럼 큰 양식장을 차려놓고 대량의 해산물을 키우는 어업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움직여서 소소하게 바다가 주는 선물을 거둬들이는 어업입니다. 그래서 솔릭이 반갑습니다.

 

왜냐하면 여름에 적어도 2~3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줘야 바다 농사가 잘 되거든요. 비와 바람 모두 다 필요합니다. 바닷물을 순환시키고 담수(빗물)가 섞이면서 물이 돌아야만 바다 농사가 잘 됩니다. 이제는 굴 농사를 작게 지으시니 더 그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저희 집 굴은 2년 농사거든요. (100% 수출입니다.) 손도 많이가고 돈도 별로 안되지만 노동력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라서 앞으로 5~6년은 더 부모님의 소득을 책임질 농사죠. (아버지 칠순 즈음해서 다 정리하고 시내에 집으로 들어오실겁니다. 저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구매해서 또 나갈 예정이고요.)

 

* 저와 체질이 똑같아서 육체 노동에는 소질이 없는 부모님이 저희를 키우느라 고생하셨죠. 더 나이가 들어서 움직이기도 힘들기 전에 시내로 나오게해서 다른 세상을 보게 할 생각입니다. 동생도 저도 이제 어느정도 자기 할 일은 잡고 사는 사람들이라 웃을 일 밖에 없거든요. (특히 전 시간과 장소에 자유로운 일이라 다행이죠.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10년 정도를 날려먹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감사해요.)

 

어쨌든 이 굴 농사가 태풍 유무에 따라서 소출이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농사에 들어가는 패각(굴 씨앗을 붙인 조개껍데기) 값은 똑같은데 자라는 굴의 양이 달라지거든요.

 

올 해 폭염이 너무 길고 심해서 겨울이 걱정됐는데 태풍 솔릭의 북상으로 한 숨 돌렸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추석 전에 작은 놈으로 하나만 더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 현재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랍니다.

 

전 이 녀석들이 한반도에 올라올때마다 경로 확인을 꼭 합니다. 혹시라도 부모님이 계신 곳이 오른쪽에 위치할까봐 조마조마 하거든요. (중심점을 기준으로 왼쪽에 위치하면 비 피해가 심하고, 오른쪽에 위치하면 바람 피해가 심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멀리 떨어져있어서 바람도 적당히 불고 비도 적당히 올 것 같네요.

 

어제 어머니를 모셔다드리면서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설령 묶어둔 배가 떠내려가더라도 위치추적기가 달려있으니 그냥 두라고요. 부모님 젊었을때 그걸 잡겠다고 나간걸 생각하면 아찔하거든요. (그 때는 지붕이 뜯겨져 나갈 정도로 강한 태풍이었지요.)

 

내륙을 관통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고 위력이 상당해서 바람에 의한 피해가 더 클 것 같은 솔릭인데요. 섬이야 홍수나 산사태 염려가 없지만 내륙 지역에서는 대비해서 별다른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걱정하는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외부 활동은 자제하세요. (전 이럴때 집에서 전화를 안 받으면 속이 타들어갑니다.) 또 추수를 앞 둔 분들에게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오는 태풍으로 잘못하면 일년 농사를 망칠수도 있잖아요.

 

모쪼록 이번에 오는 놈이 모두에게 유익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만 좀 약하면 별다른 피해없이 한반도에 가을을 선물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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