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8. 4. 2. 18:18

본가 집안일을 끝내고 들어왔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노트북을 켰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네요. 뭘 적어볼까 고민하다가 궁금증이나 남겨봅니다.

 

 

▲ 작년에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작년 이맘때 JTBC에서 방영했던 봉순이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참 그때 아주 신기한 일을 많이 겪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또 예전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네요. 용기가 없었던건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건지 아니면 내가 사랑을 모르는건지 궁금함이 많이 남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일'에 전력질주를 할 때라서 머릿속이 복잡한데요. 유일하게 박보영이 예뻐보였던 이 드라마를 떠올리면 이미지 하나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미지인데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있는 사진이 있죠. 참 이 생에서 가장 아쉬운 기억이랍니다.

 

태어나서 이성과 얽힌 적이 없어 연애조차 경험한 적이 없지만 한번도 아쉽지 않았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벌어진 일 덕분일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연애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지나칠 정도로 시간이 지났고, 형체가 기억나지 않을만큼 희미해진 기억들을 뒤로하고 남겨진 궁금증이네요. 이 인생에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만 덕분에 제가 무엇을 해서 어떤 모습을 갖춰야하는지는 알게 됐답니다.

 

그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사촌 동생의 결혼식, 지금도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 꼬꼬마 신혼부부 이야기가 꼭 섞이게 됩니다. 20대 중후반에 서로 가진걸 다 합쳐서 살 집을 마련하고 하나씩 갖춰가면서 시작하는 결혼이 가장 좋은것 같다. 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다.

 

물론 저는 벌써 40을 바라보는 나이이기에 '여자를 찾아서' 혹은 '결혼을 위하여' 라는 목표로 움직일 생각은 없습니다. 100세 시대를 하루로 변환하면 이제서야 고작 오전 9시 정도잖아요. 다른 이와 함께 걷기에는 늦은 나이겠지만 혼자 걷는 길을 앞에 둔 남자에게는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랍니다. 이유가 있어 연애조차 못해본 모태솔로기에  가능한 생각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마흔이 넘기전에 결혼할 것을 종용하지만 '그저 웃지요' 라며 넘겨버리는 중이다. 내게 연애는 '어쩔 수 없이 시작되는 불가항력적인 기적'이니까.

 

아쉬운 수 많은 순간을 기억 속에 묻고 내 길을 가야 할 때인지라 그저 궁금증만 익명의 공간에 남기는 것으로 지금 이 기분을 대신하려고 한다. 지독하게 살빼고, 치열하게 일하고, 열정적으로 시간을 소비하면서 '나'부터 사랑해야하기에 궁금증은 그냥 남겨두기만 할 생각이다.

 

언젠가 또 '어쩔 수 없는 상대'가 생긴다면 그때는 매 순간 솔직하게 모든 순간을 채우고 싶다. 그 때를 위해서 난 이번 본가 집안일이 끝나면 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나'에게 집중할 생각이다. 내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면 어떤 기분일지 정말 궁금하다. 아직 '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 그것들을 갖춰가면서 이 호기심은 그저 놔두려고 합니다.

 

그냥...... 힘쎈여자 도봉순이 떠올랐고, 그걸 핑계로 그녀를 떠올렸고,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적어놓습니다. 넋두리로 치부할수도 있는 잡담이지만 제게 남겨진 4개월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중인 중년을 코앞에 둔 백수의 고민으로 포장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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