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벌천포 주말 모습 보여드려요.

일상|2018. 4. 23. 18:31

지난 토요일, 갑자기 집에서 SOS가 와서 급하게 본가로 내려갔습니다. SOS의 내용은 '먹을게 떨어졌어' 였는데요. 요즘 세상에 식량이 떨어지는 일은 없지만 갑자기 부모님이 드시고 싶은게 생겼다는 뜻입니다. 예정되어있는 약속이 없어서 바로 저녁 배로 들어간다고 말하고 부랴부랴 짐을 꾸렸죠. 3~40분 정도 배보다 먼저 도착해서 충남 서산 벌천포 부둣가 모습을 올려봅니다. 주말 모습이라 아주 사람들이 많답니다. 지금은 비가 오지만 날이 좋은 주말이면 항상 비슷한 모습이니 혹시 가족 단위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곳을 찾는다면 참고해보세요.

 

 

▲ 나들이객의 차량으로 꽉 들어찬 서산 벌천포 부둣가 모습입니다.

 

겨울에도 낚시를 즐기러 오시는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연인, 가족 단위로 많은 분들이 찾죠. 물론 잘 알려진 곳도 아니고 볼 것도 없습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서 편의시설도 부족합니다. 그래도 주말마다 항상 차량이 북적입니다.

 

사진에 한 대 보이는 탑차는 간월도에서 온 굴차입니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두 개의 섬에서 겨울 내내 굴을 까면 저 업체로 보냈습니다. 대부분은 국외로 (일본) 수출을하고 일부 남는 물량은 어리굴젓을 담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원래 굴은 5월까지 채취가 가능하지만 이 곳의 섬에서는 5월부터 8월까지 다음 해에 할 굴농사를 준비해야되기에 굴을 채취하지 않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이 마지막 굴이 나가는 날이었답니다.

 

※ 예전에 굴 공장을 간 적이 있는데 대형화, 기계 사용 여부를 제외하고 섬에서 하는 굴과 동일하게 생산됐습니다. 기계가 절대로 할 수 없는것 중 하나가 '굴' 이랍니다. 이론적으로 껍질을 부셔서 알맹이만 자동 세척으로 분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굴은 크기와 모양도 중요하답니다.

 

 

▲ 서산 벌천포 부둣가에는 텐트를 구비하고 찾아오는 가족, 연인이 특히 많습니다. 이 날에도 아이 2명과 젊은 부부가 놀러왔는데 보기 좋았습니다. 밀물때라서 바닷물이 부둣가를 타고 올라오는데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미소를 짓게 되더군요.

 

 

▲ 썰물때도 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간이 부두입니다. 물에 뜨는 부교식으로 만들어졌어요. 관광객이 이용할 일은 없지만 물이 많이 들어왔을 때 저 위에서 바다를 구경해도 좋은 경험이 될거에요.

 

※ 단 아이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다니셔야 됩니다. 배가 물 위에 떠 있으면 자연적으로 배 밑바닥으로 흐르는 물의 흐름이 생깁니다. 수영을 못 치는 사람이 배 옆에 빠지면 배 밑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어요.

 

※ 관광객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 중 하나는 '아이를 방치하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어요. 부모님들 따로, 아이들 따로 움직이더군요. 그러지마세요. 바다는 고요하게 보여도 무서운 곳입니다. 바다는 호수가 아니라서 물이 고여있지 않기때문에 그 속에 다양한 흐름이 존재하거든요. 가족 단위로 놀러왔으면 아이들과 함께 놀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혼 가정의 여행은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는게 목적이잖아요.)

 

 

▲ 집에 가져가는 식량입니다. 얼마전에 맞춰둔 병어 세트와 대산하나로마트에서 산 일용할 양식 들이죠. 대부분 반찬류이며 부모님이 바다에 나갈 때 갖고 나가시는 빵이나 음료수 등을 준비해갔습니다.

 

※ 도시에서 들어갈 때 사가는 음식은 대부분 음료수, 고기, 빵 등입니다. 여기에 한 두가지의 냉동식품을 추가하죠. 이번에는 고추만두를 사갔는데 만족스러웠네요. 평소에 술을 안 드시는 어머니도 2잔 하셨거든요.

 

※ 가방 속에는 노트북, 노트, 펜, 책, 담배, 스마트폰이 들어있어요. 혹시 할 일이 생겨서 예정대로 도시로 못 나올 경우를 대비한거죠. 조만간 따로 여행용 카메라 가방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제 꿈이자, 제 인생의 열쇠니까요. 

 

 

▲ 2017 ~ 2018 마지막 굴이라고 무지막지한 양이 배에 실려서 부두에 도착했더군요. 그걸 굴차에 실어주고 난 뒤에 여객선에 승선해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횟집, 민박, 슈퍼마켓 등이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입니다.

 

 

이 위치는 물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안전한 곳입니다. 1인용 주황색 텐트에 젊은 커플과 애완견이 입주를 한 상태였어요. 아무래도 남자분이 낚시를 많이 좋아하나봅니다. 여자분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꿋꿋하게 안 가시네요. (다음날까지 계시던데 혹시 밤이 메인 이벤트였나?) 

 

 

▲ 주로 풍경을 찍고 가끔 타인을 찍는게 전부인 놈이 셀카를 찍어봤습니다. 일부러 역광모드. (몸무게 5KG 감량 기념 사진)

 

 

▲ 2017 ~ 2018 마지막 굴이라고 무지막지한 양이 배에 실려서 부두에 도착했더군요. 그걸 굴차에 실어주고 난 뒤에 여객선에 승선해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부둣가에 도착하고 한 시간쯤 지났는데 이미 물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 이제 배를 타고 본가로 향합니다. 이 여객선은 정부보조금으로 한 해에 3천만원이 지급되며 유류비는 운행에 따른 수익으로 경비처리를 하게됩니다. 즉, 3천 받고 실제 운행해서 버는 돈으로 기름값을 한다는 말이죠. (불평은 아닙니다. 쉬는 날도 없이 섬에서 묶여서 살아야되는데 그렇게 안하면 누가 여객선을 운행할까요?)

 

 

▲ 운행중인 여객선 전방 모습입니다. 서산 벌천포 부두가 있는 곳은 가로림만입니다. 본가가 위치한 섬은 그 중앙에 있는 작은 곳이랍니다. (한마디로 섬 주위를 육지가 둘러싸고 있는 형국입니다.)

 

※ 가끔 부둣가에서 여객선이 들어오는걸 보고 구경삼아서 섬으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섬은 어업이 생활의 터전입니다. 담배 한 갑 구할 가게도 없고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볼 수 없습니다. 모래사장이 아닌 굴 껍데기만 볼 수 있는 해안가로 이루어져 있죠. 그러니 관광지를 생각하고 섬에 들어오지는 마세요. 배 시간이 오전 8시, 오후 1시, 오후 5시입니다. 한번 들어오면 배가 오기전에는 나갈 수 없어서 심심할거에요.

 

 

▲ 집에 가보니 얼마전에 식구로 맞이한 병아리 2마리가 보입니다. 10마리를 받았는데 8마리가 천사가 됐다네요. 집 뒷산에 풀어놓은 늙은 닭과 같이 두면 잡아먹힐까봐 지금은 집 안에서 키우고 있답니다. 이 녀석들 덕분에 지난 한 해 동안 계란 걱정은 없었네요.

 

※ 부모님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가면서 점점 집에서 키우는 것들이 늘어납니다. 닭을 비롯해서 쪽파, 고추, 배추, 가지, 생강 등등 많아요.

 

 

▲ 다음날 아침에 배를 타고 나오려고 본가 부둣가에 서서 찍어봤습니다. 아버지도 출근을 하려고 배에 가시는 모습입니다. 요즘 쭈꾸미를 잡으시는데 시장이 많이 죽어서 값이 없다고 하시네요. 십 년 넘게 거래한 곳이라서 떼어먹힐 일은 없지만 단가도 모르고 물건만 넘긴게 계속 걸립니다. 그래도 아버지 하시는 일이라서 웃고 넘겼네요. (한편으로는 물량은 많고, 판매가 적어서 도매상에서도 단가 잡기가 힘든게 이해는 됩니다. 쭈꾸미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대형 선박을 끌고 다니며 물량을 넘치게 대는 곳들이 생겼거든요.)

 

 

 

▲ 본가와 벌천포 사이에 있는 조금 더 큰 섬입니다. 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어봤습니다. 아마 토요일 점심때 민박 손님들이 많이 왔었나봐요.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승선하더군요. 다들 오후부터 많은 비가 내린다고하니 일찍 출발했습니다.

 

여기까지 지난 주말에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남겨봤는데요. 가볍게 바다가 보고 싶으시면 한번 서산 벌천포 부둣가에 방문해보셔도 좋을거에요. 근처에 대산 삼길포도 있어서 등대도 볼 수 있답니다. 햇살 좋은 날 가족단위로 소풍을 간다면 여유로운 시골 바닷가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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