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 후기 (이솜 주연)

취미|2018. 5. 1. 16:24

영화 소공녀 후기 (이솜 주연)

 

개봉할때부터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외지에 있어야해서 못 보다가 이제서야 본 영화 소공녀. 모델 출신 배우인 이솜씨가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 배우의 외모를 좋아해서 관심이 있었는데 보는 작품마다 다 만족스러워서 이번에도 좋은 평을 할 수 있게됐다. 시간은 많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볼 수 없었던 영화를 이제야 보고 감상문을 남겨본다.

 



 

▲ 내가 이름만 아는 누군가를 많이 닮은 배우 이솜. 펜이라고 하기에는 아는게 너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녀의 인스타그램보다, 그녀의 기사 속 사진보다 작품 속 그녀가 훨씬 예쁘다. 현실 속 이솜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작품 속 이솜을 보면 항상 예쁘다.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할지,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어떻게 채워질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의 그녀는 멋지고 아름답다.

 

 

▲ 영화 소공녀에서 등장하는 과거 사진이다. 밴드 활동을 했던 그녀와 친구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 5명 중에서 정말 즐거웠던건 미소 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과거에도 그녀와 현재의 그녀 모두 손목에는 똑같은 손목시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디테일 하나도 너무 잘 챙긴 영화다. 그리고 미소의 웃는 얼굴이 너무 해맑아서 보기 좋다.

 

▲ 영화 속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놓고 미소를 짓는 미소(이솜)가 예뻤다.



 

영화 소공녀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다. 담배와 위스키, 남자친구만 있으면 행복한 소녀가 집세와 담배값 인상으로 집 없이 가사도우미를 하기 위해서 과거에 친분을 쌓은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겪는 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모른채 초반에 위스키 값과 담배 값을 위해서 집을 포기하는 그녀를 보며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후반으로 갔을때는 '결말을 안 봐도 그녀는 행복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백발이 다 된 미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불행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의 특별함만 빼면 별다른 특이점이 없는 이야기인데 100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다.

 

* 결국 그녀는 좋아하는 것(담배, 위스키)을 지키기 위해서 백발이 되는 현상을 막아주는 약을 포기했더라. 그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결국 카메라로 비춰주지 않아서 확인하지 못한건 매우 아쉽다.

 

 

▲ 후반부에 2000원이 더 오른 14000원짜리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이다. 그녀가 위스키 한 잔에 창 밖에 내리는 눈을 쳐다볼 때 그녀를 거쳐간 친구들은 모두 사방이 막힌 곳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과 답답함, 현재에 대한 불만, 그리고 그런 것들을 숨기기 위한 웃음까지 보여주며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없어서 직접 캡쳐한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이 장면과 후반부에 민지에게 외투를 덮어주던 장면 중 하나를 쓰고 싶었는데 이게 좀 더 밝아서 올려본다.

 

영화 소공녀를 보고 왜 제목을 '소공녀'라고 지었을까 생각해봤다. 소설의 내용을 몰라서 네이버를 찾아보니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상상력이 풍부한 곧은 심성의 주인공 이야기란다. '아 그렇구나' 내 시선이 머문 단어는 '곧은 심성'이다.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썼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속 미소의 대사 중 최고는 '밥 먹었어요?' 다. 자신에게 일을 주던 여자가 임신해서 더 이상 일을 못 주게 됐다는 말을 하는데 그때 미소가 던진 대사다. 평범한 한 마디지만 이 대사는 상대방을 울렸고 관객에게는 깊은 울림을 준다. 상황이 아니라 사람에게 가지는 관심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주인공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다.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지만 가식도 위선도 없고 모두 정직했던 주인공.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남의 아픔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심성을 가진 주인공 미소. 그게 이 영화 제목이 '소공녀'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 글쓴이의 경우 타인에 대한 관심과 걱정을 가지기만 할 뿐 표현하는 성격이 못 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영화 속 미소가 부러웠다. '무슨 일 있냐?', '괜찮냐?', '네가 뭘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등등 마음 속에 담아둔 말을 할 줄 모르는 탓에 미소가 부러웠다.

 

이 작품에서 '집'은 장치였을 뿐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취하면서 포기해야했던 가장 보편적인 가치 중 하나로 '집'을 선택했을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 남자친구를 제외하고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는 위스키와 담배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집과 약만 포기했던 그녀. 겨울이 오면 또 그녀의 선택은 더 좁아지고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난 그녀가 그때도 행복하겠지라는 믿음이 생긴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시종일관 행복했고 항상 정직하고 따뜻했다. 그녀의 선택에 1의 후회도 없이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내가 보는 그녀의 삶이 어떤 색깔이더라도 그녀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항상 똑같을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행복했겠다.

 

사족

 

그녀는 지인들의 집을 떠날때마다 따뜻한 인사와 함께 달팽이를 그려놓았다. 처음에는 달팽이인줄 몰랐고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집을 이고 이동하는 모양새가 딱 미소의 이미지와 맞아서 내 멋대로 달팽이라고 정했다. 소공녀를 보면서 꼭 그 그림에 눈이 가더라. 시선이 꽂히더라. 그리고 피식 웃게되더라. 마치 결말에 1인용 텐트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던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 영화는 끝까지 따뜻하고 잔잔한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 미소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미소처럼 돈에 연연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챙기며 살아간다면 아마 응원할것 같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럴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꼭 보라고 권할수는 없다. 다만, '내가 행복한가?'라는 의심이 한 적이 있다면 미소의 삶을 잠깐 들여다보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관객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쉽게 공감하고 온기를 느끼기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서 '고민'을 가져본 사람이 보는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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