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온라인 홍보 전략의 아쉬움

일상|2018. 5. 30. 16:41

제가 즐기는 블레이드앤소울의 11번째 직업 투사의 업데이트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엔씨소프트에서는 검색결과 상위에 올라갈 수 있는 특정 블로거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홍보글을 작성해줄것을 부탁했습니다. (추측이 아닙니다. N 사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을 검색해보세요.) 제가 해당 직무를 꽤 오랫동안 운영했었기에 그 부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적어봅니다.

 

 

▲ 2018년 5월 30일 오후 3시 N 검색창에서 블레이드앤소울 을 검색한 결과 캡쳐

 

PC 영역 통합검색에 올라간 블로그 글 모습입니다. 모두 글의 끝에 해당 제작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있습니다. 즉 홍보를 목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적어도 PC 영역 1위에서 4위까지 차지하면서 계약 내용은 성공적으로 지켜진 모습입니다. 그런데 한때 관련 직무 종사자 입장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1. 온라인마케팅의 타겟층은 누구인가요?

 

현재 블소를 즐기는 기존 고객, 아직 온라인게임을 하지 않는 잠재 고객, 재미있는 PC MMORPG 게임을 찾는 고객 등 다양한 타겟 고객 중 누구를 목표로 위와 같은 온라인마케팅을 진행했나요? 공략한 키워드가 '블레이드앤소울' 임을 감안할 때 기존 고객으로 보이는데 맞나요? 만약 틀렸다면 키워드를 잘못 집행했습니다.

 

2. 모바일 검색 환경은 왜 무시했나요?

 

위에 검색 결과를 보고 갖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블레이드앤소울을 검색해보면 위에 결과와 다른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낭패죠. 현재 N사를 비롯한 모든 검색엔진에서 모바일 검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입니다. 브랜드 블로그 운영 경험을 토대로 비춰보면 80%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 마케팅 결과는 그 상황을 무시한채 PC 검색결과 기반으로 진행됐습니다.

 

* 공개적으로 블로그에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밝힐수는 없지만 아마 엔씨소프트 홍보팀 담당자가 이 쪽 업무에 대해서 문외한인 것으로 보입니다. 광고 집행을 위임받은 이름만 알려진 아마추어 종합광고대행사가 다 말아드셨네요.



 

※ 솔직히 광고를 집행하는 입장에서 삼성전자, LG 전자, 엔씨소프트 같은 대기업과의 계약은 상당히 편합니다. 이미 브랜딩이 끝났고 TV 광고도 집행되고 있기때문에 굳이 공격적인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또 해당 기업의 담당자는 아는게 별로 없습니다. 많은 돈을 받고 쉽고 편하게 집행할 수 있는 광고 방식으로 유도해서 돈만 받아먹기도 좋습니다.

 

아마 이번 광고 집행을 맡고있는 종합광고대행사는 업계에서 유명한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기업은 실력보다 인맥으로 돈을 쓰는 못된 습성을 지녔거든요. 학연, 지연, 혈연을 밀어주기 바쁩니다. 이미 오너 단계에서 대대적인 광고 집행을 결정했고 이제 그 대행사만 찾아서 넘기고 보고서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을겁니다. 평소에 친분이 있던 인맥들이 동원되어 수 억원의 광고비 대리 집행을 손 쉽게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보통 정상적인 경우라면 경쟁 PT를 통해서 대행사를 선정했을겁니다. 그 대행사는 각 부분별로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대행사 혹은 실행사와 접촉하여 단가를 조정하고 광고를 집행할겁니다. 대행사는 또 다른 실행사에 단가를 낮춰서 의뢰를 하겠죠. 이 수 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대기업이 돈 값을 못하는 마케팅을 하게 됩니다. (대체 대기업에서 왜 학벌 위주로 직원을 채용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위에 상황 정리가 허구일까요? 참고로 저는 꽤 오래전에 KT 광고 입찰에 참여하는 종합광고대행사의 바이럴마케팅 부문에 합류해서 경쟁PT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속했던 곳이 최종 낙찰을 받았고 한 달에 10억원의 광고비가 책정되었습니다. 그 중 바이럴마케팅 부문에는 월 1억원이 할당됐고 총 4개 분야로 나눠졌습니다. 그 중 한 부문의 최종 실행사인 저희 사무실에는 월 600만원이 입금됐습니다. 그나마 저희는 중간에 대행사가 한 개만 껴있어서 이정도입니다. 2단계나 떨어진 아웃소싱 업체는 월 300에 계약했답니다. 아시겠죠? 중개만 하고 전체 광고비의 50%를 회식비로 날리는겁니다.

 

어쨌든 그 동안의 경험이 있으니 저렇게 집행을 했겠지만 많이 씁쓸하네요. 엔씨소프트의 회사 돈을 너무 흥청망청 쓰는군요.

 

3. 키워드는 왜 '블레이드앤소울' 입니까?

 

검색창에서 게임명을 검색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거의 기존 유저입니다. 아니면 다른 글을 보고 게임명을 검색한 잠재 고객입니다. 그 다른 글의 메인 키워드는 주로 '할만한 온라인게임', '온라인게임추천', 'MMORPG게임 추천', PC온라인게임', '신규온라인게임' 등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 게임명을 검색하고 초반에 분위기를 살피지요. 그런데 왜 하필 게임명으로 온라인 광고를 진행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 현재 블소의 상황에서 매출액을 높이기 위해서 신규 캐릭터의 출시는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계속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사기캐릭으로 출시를 해야됩니다. 그래야 기존 유저가 보조 캐릭터로 육성을 하면서 보물창고, 각종 패키지 아이템을 현금을 쓰면서 구매를 하거든요. 대부분 블소의 아이템은 캐릭터간 공유가 되지 않기때문에 새로 나온 캐릭터가 좋아서 쭉 키우고 싶으면 과금을 해야됩니다. 그걸 유도하기 위해서 신규 유저 유입을 목적으로 온라인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게 2018년 2/4분기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게임명을 온라인마케팅의 타겟 키워드로 쓴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어쩌면 말로는 신규유저 유입이지만 실제로 목표는 기존 유저들이 보조 캐릭터로 육성하면서 과금을 많이 해주기를 바라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 현재 블소는 마음 편하게 천천히 플레이를 하면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어떤 민족입니까? 결과가 급한 민족 아닙니까? 그래서 다 돈으로 해결해서 장비를 맞춥니다.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시면 각성 호신령에서 진 호신령을 만들고 싶었던 어떤 유저가 대리를 써서 단 몇 분만에 130만원을 허공에 날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위 아이템이 나오면 또 돈을 써서 맞춰야되나며 화를 냅니다. 그게 바로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유저 중 일부의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제작사는 신규보다 핵과금에 익숙한 기존 유저들의 지갑을 더 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신규 유저 유입이 목적이라면 홍보를 잘못한 것입니다.

 

블소의 실제 고객은 탕진잼(집값은 비싸고 고급 승용차는 필요없고 돈은 열심히 버니까 쓸 곳이 없어서 소소한 곳에 월급을 탕진하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니까요. 자유게시판을 보면 복귀하고 1년 동안 1500만원을 썼다. 1000만원을 썼다는 글을 자주 봅니다. 예전에 쟁문파장이 아빠카드로 2천을 긁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실제 고객은 그들입니다. 그래서 별로 위기의식이 없었던걸까요? 그냥 회사 돈을 길바닥에 뿌렸습니다.

 

저는 블소의 고객은 아닐겁니다. 한 달에 고작해야 19800원이나 5만원을 쓰니까요. 그래도 적당히 시간 때우면서 놀만하니까 일 끝나고 접속해서 천도작만 하고 있겠죠?

 

굳이 여러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실에서 돈보다 위력이 강한 놈은 없으니까요. 다만 회사 돈으로 광고 집행을 하려면 제대로 하세요. 중간에 업자가 얼마나 끼어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퀄리티가 낮은 광고를 집행했어요. (글을 올린 블로거, 드라이브하는 운전자 모두 너무 안일한 모습이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