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 가족 후기 및 느낀점

취미|2018. 7. 21. 22:18

2017년 2월에 개봉한 영화 '그래 가족'에 대한 후기 및 생각들을 적어봅니다.

 

지금까지 이 작품을 3번정도 봤습니다. 대립군에서 이솜을 본 후에 그녀가 출연한 작품들을 구해서 봤는데요. 이제서야 후기를 올리는 이유는 임팩트가 약했기 때문입니다. 눈시울도 붉어지고,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였지만 남는게 별로 없었지요. 그래서 쓸 말이 없었습니다. 오늘 올리게 된 이유는 쓸 말이 있어서겠죠.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영화 자체의 설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게 가족인가? 싶을정도로 짐만 되는 혈육에 대한 이야기는 저도, 제 주위 사람들도 많이 겪는 평범하지만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으니까요. 하지만 넷째인 낙이가 세 남매를 뭉치게 만드는 과정은 코미디, 드라마 장르가 무색할정도로 억지스럽고 조잡했습니다. 돈이 아까울 정도의 망작은 아니지만 초반 몇 분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중간에 뛰쳐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을정도로 중심이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썰에 들어갑니다.

 

 

▲ 삼남매 수경(이요원), 성호(정만식), 주미(이솜)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서 다시 뭉칩니다.

 

장남 성호는 국가대표 코치였으나 아버지 빚을 독촉하러온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다가 사고를치고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그 이후 변변한 직장이 없이 근근히 살아가는 쌍둥이 아빠로 나옵니다. 자신에게 손해를 입힌 친구를 또 믿는 순진한 아저씨입니다.

 

큰 딸 수경은 악착같이 공부하고 방송국에 입사한 기자로 활동하는 직장인입니다. 유일하게 4대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삼남매의 돈줄이지요. 아버지의 빚, 사고, 장기간 투병중인 어머니, 밥벌이도 못하는 오빠와 동생에게 인생을 저당잡힐뻔했다는 생각에 고슴도치만큼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막내 주미는 준수한 외모에 생활력이 강한 젊은이로 나옵니다. 연예기획사에서 헌팅을 당해서 수도없이 오디션을 봤지만 끼가 없어서 번번히 행복회로만 돌리는 젊은이죠. 사실 주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싶은지도 모릅니다. 다만 부모님이나 언니, 오빠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지금 당장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영화 그래 가족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위에 세 명의 캐릭터 때문입니다. 너무 현실적이잖아요. 인생을 바친 일을 못하게 된 3~40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또 30대 중후반에 들어서야 무엇을 해야되는지 알게된 저처럼 이 시대 대부분의 젊은이는 공식대로 살다가 자기가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공식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거죠. 마지막으로 수경은 그 공식대로 올라간 사례입니다. 하나 묻죠. 수경이처럼 사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성호나 주미처럼 사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이 작품은 이 세 명의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라서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 극 중 수경은 이혼하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세 남매와 비슷한 삶을 살아갈겁니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않은 부모님, 자리를 잡지못해서 우왕좌왕하는 가족을 공식대로 잘 큰 한 명의 가족 구성원이 먹여살리는거죠. 하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가족이 희생해서 신분상승을 꾀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고로 수경과 같은 입장이라면 모든 일이 잘 풀려도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거죠. 돈으로 시작된 갈등은 가족 공동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의외로 비일비재합니다.

 

제 경우에는 어릴적 아버지가 폭군이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헌신적이었지만 어머니께는 가혹했죠. 칠순을 몇 해 앞둔 지금도 그 성격은 여전합니다. 제가 어릴때는 그게 너무 싫어서 이혼을 권유했고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전화조차 안하는 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제 사례는 양호합니다. 부모님의 노후가 튼튼한 편이고 두 분 모두 성실하시니까요. 마흔이 다 된 자식이 부모님의 노후까지 책임을 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비교적 사이가 좋은 가족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돈 문제가 갈등이 된 다른 가족들은 아직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상 해결책이 없죠. 칠십이든 팔십이든 백살이든 살려면 돈이 필요하니까요.

 

※ 작년 말부터 올 해 초까지 돈 문제가 갈등의 소재가 된 적이 있습니다. 결혼해서 애를 셋이나 낳고 사는 동생, 집과 차, 직장까지 다 있는 그 동생이 생활비 부족을 호소하며 6개월에 걸쳐서 부모님과 제게서 용돈을 받아갔습니다. 30대 중반에 사지가 멀쩡한 부부가 건강보험료를 6개월이나 밀리고, 카드값을 못내서 연체가되고, 아이들 어린이집 비용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더군요. 처음에는 웃으면서 건보료도 대신 내주고 월 2~300의 생활비도 보내줬지만 4개월쯤 지나자 서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딱 영화 속 가족처럼 됐을겁니다. 다행히 애 아빠가 정신을 차리고 일을 시작했고 시댁에서 차 팔고, 대출을 땡겨서 겨우겨우 막았습니다. 그때까지 저와 부모님이 2천만원 정도는 보냈을거에요. 답이 없더군요. 가족이 박살날뻔한 순간이었죠. 돈이 그렇게 무서운겁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떨어져 사는것 뿐입니다. 어머니와 자주 그런 말을 하지요. 가족끼리 너무 가까이 붙어서 살면 서로 사이만 나빠진다. 떨어져서 살면서 1년에 3~4번씩만 봐야지 반갑고 애틋한거다. 결국 그거죠. 생활비를 달달이 보내더라도 일단 얼굴은 마주하지 않아야 가족이 유지될 수 있답니다.

 

어쨌든 극 중에 수경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혼을 한 이유가 '쪽팔려서'라는데 깊은 공감을 했네요. 사랑은 두 사람이 하는거지만 결혼은 두 집안이 하는거니까요. 결국 돈이죠. 돈. 무서운 돈.

 

 

▲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서 끼니를 때우는 주미와 낙이

 

극 중 이솜씨가 연기한 주미는 너무 흔한 20대의 모습입니다. 초, 중, 고, 대학교로 이어지는 공식의 끝에 취업이라는 문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식대로 살아가기에는 좋은 일자리가 너무 없죠. 물론 그 일자리에 어울리는 좋은 인력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취직을 합니다. 받는 돈에 비해서 업무의 양이나 처우가 부당하기때문에 몇 년이 지나도 신입사원인 사람들도 많죠. 결국 취직을 하는 이유는 기성세대와 같은데 살아온 삶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풍족한 젊은 세대가 겪어야하는 과도기 시대의 어쩔 수 없는 모습입니다.

 

솔직히 극 중에 주미는 매우 성실하고 생활력이 강한 캐릭터입니다. 일거리만 있으면 행사 도우미부터 전단지 돌리기, 주방일까지 닥치는대로 하죠. 성격도 밝고, 외모도 준수하고, 일도 잘하는 젊은이입니다. 사실 작정하고 취직을 할 생각이었다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었을거에요. 하지만 주미는 낙이에게 고백하듯이 대사 하나를 뱉어냅니다. '나 사실 아직 내가 하고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어.' 이게 핵심이죠. 결국 그녀는 방송국에서 수화통역사로 일하며 가족 중 2번째로 4대보험이 되는 직장인이 됩니다. 위에 대사에 대한 답을 찾은 뒤에 직장도 찾은거죠.

 

저는 굳이 주미의 사례를 통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며 희망을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젊은 세대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목소리만큼 그를 위한 사회 시스템의 개편에도 긍정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좋은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한다고 뚝딱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경제, 사회, 산업, 고용, 교육까지 거의 모든 시스템이 변해야되는 일입니다. 아니면 정말 세상에 다시없을 마인드를 가진 돈 많은 벤처 사업가가 세운 회사에 취직을 하던가요.

 

여하튼 제게 주미는 그런 캐릭터였어요.

 

 

▲ 배우 이솜 프로필 사진 (이제 곧 30이던데?)

 

사실 영화 그래 가족에서 핵심 캐릭터는 낙이입니다. 넷째죠. 하지만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억지스러운 감동과 결말을 끌어내기 위한 캐릭터라서 현실적이지 못했어요. 그래서 할 말이 없네요.

 

이솜씨는 대립군에서 보고 마담뺑덕을 보고 팬이 된 배우인데요. 지금 찾아보니 푸른소금에서 신세경 단짝 친구로 나왔었네요. 묘하다. 어린신부에서 문근영 친구로 신세경씨가 나왔을때 '쟤 묘하다.' 생각했는데 푸른소금에서도 은정 캐릭터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었거든요. 드라마는 호홉이 너무 길어서 힘들지만 영화는 한번씩 챙겨봐야겠어요.

 

드라마, 코미디 장르인 영화 그래 가족을 보고 적는 글 치고는 상당히 잡스럽네요. 그냥 웃고 즐기면 되는것을 너무 진지했어요. 사실 이솜씨 출연작이라 본건데 이요원씨도 나와서 아직도 가끔 생각나면 찾아보는 영화랍니다. 매번 똑같은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는 이상한 작품이에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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