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 위험한 소문 후기

취미|2018. 2. 11. 10:34

찌라시 : 위험한 소문 후기

 

 

정보는 목적성을 갖고 태어나며, 필요에 의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듣게 되는 정보는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한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고 누군가에게 필요로 했던 돈이나 여론을 만들어주고 남은 찌꺼기. 그것이 바로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정보들이다. 우린 그걸 사설정보지, 찌라시의 잔해라고 알고 있다. 한가지 중요한 점은 우리가 접하는 고급정보들의 생성시기는 다 다르지만 세상에 공개되는 시기는 비슷하다. 이유는 앞서 말한 '필요한 때'는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영화 찌라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총 출동한 영화라서 보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 보게 되었다. 티저 영상과 영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접했던 느낌과 실제로 영화를 보는 느낌이 많이 달라서 약간 당황했던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점의 평점을 내린건 배우들의 노력과 그들의 퀄리티, 그리고 아깝지만 나쁘지는 않았던 시나리오에 점수를 주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안타까웠던건 영화라는 틀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제한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소재가 현실에서 많이 회자된 이야기다. 즉 찌라시의 존재, 그것이 왜 나오고 왜 퍼지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철퇴를 가할 수 있는 공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 중 모르는 이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자유주의라며 떠들어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목 노예를 기르는 수준 아닌가?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기 보다 그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 그리고 그 수단은 돈과 권력이 된다는 것. 이것에 대해서 반기를 들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정책은 카톨릭으로 사람들을 규제하고, 총과 칼로 권력을 지키던 때와 다르게 오랫동안 잘 유지가 되고 있다. 물론 자유라고 착각한 국민들의 이상과 그럴듯한 자유를 만들어주고 절대 다수의 국민들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소수 집단의 현실에 괴리가 있어 종종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수단들보다는 보기좋고 혁명이 일어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 일이 없는 아주 좋은 통치 방법이다.

 

이렇게 서론을 길게 한 이유는 바로 현실을 담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 사이에서 그 이상을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절대 권력에 반기를 들고 훼방을 놓는 우곤을 왜 손가락 하나만 부러뜨리면서 살려둔건지도 모르겠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가지는 정보회의의 내용이 찌라시로 퍼지는 것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특히 정보회의 내용이 사설정보지로 퍼지는 부분은 확실하게 설명을 했어야 한다. 각자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정보는 섞여있을테고 그것이 찌라시로 퍼지는건 결국 모두에게 불신을 심어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진영씨는 정보회의를 막 마치고 나온 사람에게 노트에 필기한 내용을 건네받는다. 그리고 아무런 분란 없이 정보회의는 계속 유지가 된다.

 

일명 말이 안 된다.

 

영화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현실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가 별다른 설명 없이 그대로 내보내지고 그대로 대수롭지 않게 묻힌다. 현실에서였다면 뿌려질 정보(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이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의 정보)와 보류할 정보(아무에게도 관련이 없으나 윗선의 대기명령) 그리고 그 자리에서 듣고 폐기처분할 정보(참석자 중 관련된 사람이 있을 경우)로 나눠지는게 상식이다. 그래서 내가 앞서 말했다시피 정보는 목적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뿌려질 정보들은 그만한 목적이 있기에 뿌려지는 것이고, 그것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세간에 알려진다. 사람들이 알았을때는 이미 막을 수 있냐 못 막느냐가 결정된 상황.

 

실제 사설정보지의 내용은 정보회의 결과와 당사자의 능력 여부에 따라 막을 수 없는 것들이 흘러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찌라시의 대부분이 거짓말인 이유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단지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서 조작된 정보들이 대거 흘러들기 때문이다. 즉 실제 찌라시와 영화 속에서 나온 정보회의 속 내용은 약간 차이가 있다. 이런 점들이 매우 아쉬웠고, 현실성과 영화적 한계선의 선택에서 현실성을 떨어뜨린 것이 약간 아쉬웠다.

 

쉽게 말해서 난 찌라시를 통해서 좀 더 현실 고발적이고 자극적인 영상과 스토리를 원했는데, 영화 속에서 본 내용들은 한두가지의 정보를 가지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전개할 때 얻을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수준의 것들이었다. 굳이 영화로 2시간 정도를 할애하면서 볼 필요가 없었던거지.

 

재미있는 사실은 미스 김으로 나온 이채은씨의 캐릭터였다. 그냥 단역 정도로 보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나와서 대사를 보태고 상황에 변화를 준다. 이건 주조연급이었다. 그래서 계속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미진으로 나온 배우가 어리고 예쁘게 보이기는 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반면에 이채은씨의 미스김의 비중은 상당히 컸다. (물론 초반에 번개가 우곤에게 맞을 때 비명이 아니라 신음소리를 내서 내 귀를 의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정진영, 김강우, 박성웅, 고창석 등은 이미 검증이 된 배우들이었다면 이채은은 검증을 받는 배우였다고 생각된다. 딱히 확 꼿히는 대목은 없었지만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서 잘 버텨냈다는 생각은 든다. 그 색깔때문에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만 봐서 감이 잘 안 오지만 앞으로 찾아보게 될 배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 여기까지 영화에 대한 불만글로 징징댔다면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난 영화의 스포일러를 본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동영상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때 유투브에 올리면 되잖아 라며 혼잣말을 했다. 알다시피 영상이 한번 뜨면 해당 사이트에서 막는다고 해도 이미 다운로드를 받아서 p2p나 토렌트로 다 퍼지게 된다. 일반인 동영상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즉 굳이 능력자들에게 찌라시로 돌려서 위협만 할 필요가 없이 경찰, 검찰도 내부에서 못 건드리면 여론으로 몰아버리면 그 뿐이다. 아무리 그들이 힘이 있다고해도 전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할 수는 없다. 왜냐면 권력이라는건 짖밟을 사람이 있어야 희열이 생기는 법인데 반항한다고 다 없애면 그 권력자들 중 일부는 필요에 의해 다시 노예로 전락시킬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 속 동영상은 유투브로 세상에 퍼졌고 네티즌들은 발빠르게 이것을 퍼뜨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정보는 그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방송과 언론사가 대기업 한두곳에서 협박한다고 다루지 않을리 없다. 결국 방송, 신문, 여론 등에서 이슈가 되어 여론이 흔들리면 검찰, 경찰도 뒷돈을 아무리 먹었어도 조사를 해서 처벌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게 인터넷의 무서운 점이다. 이것이 필요에 의해서 사람들에게 퍼지게 되는 과정이다. (돈 때문이다.)

 

근데 난 영화의 마지막 해결 부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해봤다.

 

어쩌면 정말로 무서운건 잘못된 사실이 진짜인양 포장되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터넷이 아닐까? 찌라시가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한 정보 조작 및 확산을 위해 존재한다면 네티즌들이 생산해내고 언론 매체들이 쏟아내는 그 수 많은 거짓들은 그저 장난으로 생겨나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장난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사업을 망하게 하고, 누군가는 자살하게 하며, 누군가는 사람에게서 불신을 느껴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쁜 권력의 모습보다 더 험악하고 징그러운 모습으로 누군가의 삶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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