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 관람객 후기

취미|2018. 8. 29. 12:41

개인적으로 영화 상류사회의 감독과 관련된 루머가 신경이 쓰였다. 그가 처벌을 받지 않았고 그런 루머를 퍼트린 사람도 책임질 생각은 없으니 나타나지 않았기에 그냥 뜬소문일 뿐이라서 작품은 봤다.

 

이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했을때 흥행보다 파격을 기대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왜 동화같은 이야기로 보였을까?

 

이 작품을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한국인들은 도덕 교육을 아주 잘 받았구나'였다. 무슨 주제를 다뤄도 도덕책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끝이 나는걸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만약 결말이 '당연한 선택'이 점철된 결과로 채워졌다면 전체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캐릭터를 봤을때 개인적으로 괜찮은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의 결말은 주인공을 살리는 동화 느낌이었다.



 

감독도 꽤 산다던데 왜 결말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나이가 드니 낚시질이라도 할 생각이었나? 자신이 겪는 루머, 그 루머에 대해서 어떤 해명이나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 자체가 이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과 관련이 있을텐데 왜 신랄하지 못했나?

 

최근에 본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투자자들은 왜 투자했지?' 라는 의문점이 든 영화다.

 

* 일부 평가 중에 내부자들과 비교하던데 그러지마라. 난 작품성, 예술성 그딴거 모른다. 그냥 재미있냐? 볼만하냐? 날 전율하게 만들었냐? 이거다. 근데 내부자들하고 비교하는건 정말 말도 안된다. 발톱의 때라도 되려나?

 

 

▲ 8월 29일 오전 8시 50분에 영화 상류사회 1회차를 본 관람객이다. 일단 날씨도 안 좋고 평일이고 휴가철이 끝난 시점이라서 10명 정도가 봤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개인적인 느낌은 결말만 좀 더 현실적이었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결말이 도덕책이라 95%의 내용이 모두 구정물을 뒤집어 썼지.

 

솔직히 배드신 몇 장면과 전문배우의 적나라한 행위 장면이 있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수위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것 같은데 내 기준에서는 무난했다. 덕분에 내용도 무난했다. 재벌이고 나발이고 동화책 주인공들만 모아놨네.

 

* 죄송합니다. 다시 영화 정보를 보니 장르가 드라마네요. 어쩐지 TV드라마 보는 느낌이더니 맞았네요.

 

* 단순히 살색이 얼마나 보이느냐로 수위를 평하면 곤란하다. 수위(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정도)는 살색의 크기가 아니라 분위기거든. 그런 의미에서 내 기준에서의 이 작품의 수위는 마담뺑덕에서 책상을 치는 정우성의 손가락을 바라보는 이솜의 표정보다 낮다. 그냥 그렇구나 정도다.

 

아무래도 감독은 배드신이 왜 영화에서 필요한지를 아직 모르는것 같다. 낚시용 미끼 정도로 생각하나?

 

 

▲ 영화 상류사회 포스터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이 가지는 행복은 구분되어 있다. 위, 아래로 나뉘는 수직적인 구분이 아니라 좌, 우로 나뉘는 수평적인 구분이다. 재벌 2세로 태어나서 80년을 살아가는 인생이나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중간층까지 성장하며 80년을 살아가는 인생이나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는 모두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이 수평적 차이를 수직적 차이(피라미드 형태)로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배워온 수 많은 세뇌교육의 목적이다. 왜? 인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을 쳐야된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세뇌교육이 만들어낸 중산층의 깝침을 담았다. 일하는 scv로 쓰려는데 자꾸 자기가 인간인줄 알아서 참교육을 당하는 과정을 95% 담았지. 그리고 마지막 5%에서 scv가 각성해서 성자가 되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상류층이 중산층 가정 하나 박살내는건 일도 아냐~'라고 떠벌렸는데 결국 못했지. 그게 이 영화의 줄거리다.

 

솔직히 라미란, 윤제문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정말로 필름이 아까울뻔했다.

 

 

▲ 영화 상류사회 초반에 미래 미술관 부관장인 수애가 재벌집 자제인 후배에게 깝치는 모습이다. (재벌은 무서운게 없는거라던 그 재벌집 자제분은 왜 중산층 SCV한테 열나게 얻어터지기만 했을까? 그러다 치부를 잡고나서야 재벌 행세를 하네?) 

 

이 작품에서 수애와 박해일은 중산층이다. 유명한 대학 교수, 대기업이 운영하는 규모있는 미술관의 부관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는 중산층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수애는 돈세탁 전문 일꾼, 박해일은 돈세탁용 바지사장으로 쓰는 SCV였는데 이 둘이 상류층으로 신분상승하려고 깝치다가 일반인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다. (왜 무사귀환하나?)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부분이 2개나 된다.

 

첫째, 윤제문이 예술 활동을 하는 장면

 

재벌 회장님의 집에 걸려있는 자작 예술품들을 만드는 과정이 꽤 특별했고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저게 뭐야 싶었는데 그 과정을 보고나니까 다르게 보이더라.

 

* 나는 사람이 사람의 몸을 탐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제성만 없으면 지극히 당연한거다.

 

둘째, 김강우가 '우린 법에 문제없게 일 처리합니다.' 라고 말하는 장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파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최종 판결에 문제가 없을 정도)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게 내가 생각하는 우파거든. 그래서 이 대사가 너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정치가 잘못됐을때 그들의 정체성이 얼마나 나쁜 결과로 나타나는지 보여주는게 바로 상류사회 속 재별과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 내가 생각하는 좌파는 우파의 정체성이 제대로 된 법과 제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비해야되는 집단이다.  뭐 이 나라가 정부를 수립해서 행정력을 행사한 이래로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 극 초반에 수애와 박해일의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그냥 이대로 살지 싶더라. 그랬으면 대다수 국민들처럼 자신이 갑이라며 어깨에 힘 좀 넣고 자기가 우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갑질하면서, 욕하면서 살았을텐데 왜 깝치다가 아무일없이 다시 중산층으로 복귀하니? 시간 아깝게시리.

 

만약 이 작품의 중후반부가 중산층 부부의 처절한 전투였고, 그 결말이 아무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않는 떡검으로 끝났다면 영화 상류사회라고 부를 수 있지 않았을까? 왜 TV 드라마보다 못한 영상을 찍어서 스크린에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일자리 몇 개는 생겼다가 사라졌겠네?)

 

사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뭔가 어둡고 신랄한 파격적인 내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 상류사회는 그저 부잡집 도련님들이 돈 모아서 일본 배우 불러다가 눈요기하려고 만든것 같다. 가끔보면 돈은 남아돌아서 썩어나는 사람들이 혈연, 지연, 학연 끌어다가 자본금 모아서 예술한다고 깝치는걸 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이렇게 영화 상류사회를 까는 이유? 주인공 부부는 드럽게 순진한데 어떻게 저 사회적 위치까지 올라갔는지 이해가 안되더라. 또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할때마다 어떤 관계일지가 다 보이더라. 내 예상을 빗나간건 딱 하나다. 바로 SCV가 인간한테 가운데 손가락 들어올리는 방법. 스포일러가 될까봐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신선했다. (너무 짧고 비중이 약해서 의미는 없다.)

 

솔직히 극 중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당연한 선택'을 하면서 극을 긴장과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다면 배우가 워낙 좋아서 꽤 평이 좋았을수도 있다. (배드신 자체가 너무 무난해서 극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거든) 그런데 너무 도덕책이었어. 왜 주인공 부부랑 연결되면 아무것도 못하고 경찰한테 끌려가냐? 참 어이가 없더라.

 

누가 평을 그렇게 남겼더라. '곧 IPTV로 볼 수 있겠네요.' 아마도? 인랑보다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내가 영화를 보는 수준은 초등학생 정도의 눈높이다. 그래서 평이 좀 과격하다. 볼 사람은 봐라. 뭐 내 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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