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귀신님 정주행 후기 (2015년 드라마)

취미|2018. 9. 5. 09:52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2015년에 TVN에서 방영된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을 정주행했어요. 1회부터 16회까지 다 본 느낌은 본방 당시에 내가 봤던 그 드라마가 아니네? 였습니다. 3년 사이에 제게도 이 드라마가 다르게 보일만한 일이 있었나봐요.

 

본방때는 김슬기 때문에 봤죠. 밝고, 긍정적이고, 당차고 연기도 괜찮아서 국가대표2도 봤을 정도로 관심이 있던 배우였거든요. 그래서 어제까지 정주행하면서 본 오나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박보영 부분을 보게 됐으니까요. 3년전에 봤을때 마지막회 하이라이트 장면을 빼고는 뽀블리와 관련된 장면이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었거든요.

 

배우의 연기력을 볼 수 있을정도로 감성적이지 않아서 욕을 하고 싶을정도로 연기가 엉망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을 안 쓰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여자배우에게는 처음으로 '박보영 연기 미쳤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뽀블리의 실제 성격이나 생활 속 모습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까지 들어서 '연예인 이름 + 인성' 이라는 단어까지 검색해봤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스토리, 대본, 연기, 연출, 케미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너무 빛났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초반에 한 풀기로 작정한 처녀귀신 신순애(김슬기)가 나봉선(박보영)에게 빙의한 후 보여주는 대책없는 캐릭터는 극강의 매력을 발산했어요. 중반부터는 두 캐릭터 모두 강선우(조정석)에 대한 진심을 갖게되면서 서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것도 너무 좋았어요.

 

사랑과 빙의를 통해서 봉선이는 업되고, 순애는 다운되면서 극단적인 두 캐릭터가 조증과 울증의 사이에서 만나는 모습을 캐릭터의 대사가 아니라 상황, 표정 등의 연기로 표현된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작가도 미쳤네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디테일이 완벽했어요.

 

당시 시청자 중 몇 분의 후기를 보면 첫 빙의가 풀린 후에 봉선의 태도가 전과 다르다고 말한 분들이 많았는데 전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빙의된 봉선이 그녀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꿨으니까요. 그 태도를 대하는 봉선도 자연스럽게 행동이나 태도가 바뀔 수 밖에 없죠.

 

그런 과정이 몇 번 더 이어지면서 두 캐릭터가 적당한 선에서 만나고 각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성장드라마가 바로 이 오 나의 귀신님이거든요.

 

※ 저는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말을 더듬어요. 그런 저도 상대의 태도나 표정이 바뀌면 말 더듬의 정도가 달라져요. 이게 선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거든요. 특히 편하게 마음을 나누는 상대와 단 둘이 있을때는 더듬는 정도가 많이 완화되죠극 중 나봉선도 자라온 과정에서 겪은 경험이 초반 캐릭터를 만들어준거라서 처녀귀신 빙의라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통해서 시청자가 느낄 정도로 태도나 행동이 변한거에요. (현실에서는 설정 자체가 평범해서 그 변화가 바로 느껴지지 않죠.)

 

생각해보면 남녀간의 사랑, 사람 사이의 우정은 항상 개인의 인간적인 성장과 연관되어 있어요. 원래 이기적인 인간이 이타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감정으로 인해서 겪게되는 많은 순간들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거죠.

 

어찌됐든 여러가지 이유로 이번에 오 나의 귀신님 정주행은 꽤 행복했던 경험이었습니다. 대리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을 느꼈어요.

 

※ 가끔 이런 드라마를 보면 사람(자기가 원하는 표정과 말투, 억약, 몸짓과 함께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뱉을 수 있는 사람들)들이 참 부러워요. 드라마처럼 극적인 상황은 없어도 자기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잖아요.

 

신기하게도 이 드라마를 볼 때 부러움은 별로 없었어요. 30대 후반 아재가 촬영 당시에 20대 중반이었던 뽀블리를 보면서 '귀염 터진다'면서 엄청 웃느라 바빴거든요. 또 극 중에서 봉선이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이 너무 흐뭇했죠. 드라마인데도 '아 쟤는 나처럼 안 살겠구나, 잘 됐다.' 이런 감정이입을 하느라 바빴어요.

 

이제 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던 오 나의 귀신님 스틸컷을 날라다 붙여봅니다.

 

 

▲ 순애가 빙의된 봉선의 행동을 강선우가 다 받아준건 자신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서 막내가 아프다는 죄책감이나 책임감 때문은 아니었다. 극 후반에 나오지만 선우의 학창시절을 닮은 나봉선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었던거지. 결국 그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지요.

 

* 솔직히 너의 결혼식 같은 작품 속 박보영 모습은 예쁘고 러블리한데 엄청 매력적이지는 않다. 오나귀에서 미친 매력을 선보인 이유는 아마도 대본의 힘이 컸겠지. 초반에 저렇게 들이대는데 정말 귀여워서 미치는줄 알았다.

 

최근 작품들을 보면 뽀블리는 연약하고 착한 캐릭터보다 오히려 떽떽거리고 툴툴거리는 말괄량이 캐릭터가 더 매력적인듯 싶다. 잘 어울려. 근데 이 아줌마, 늑대소년 말고 연약하고 착한 캐릭터를 한 적이 있나? 없는것 같은데?

 

 

▲ 오 나의 귀신님에서 정말 쉬지않고 나오는 두 사람의 키스 장면

 

※ 사실 이 장면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연애 감정을 느끼고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 내내 봉선의 몸에 순애가 빙의되어 있었잖아. 그런데 이 장면에서 순애가 튕겨져 나오면서 비로서 선우를 좋아하는 봉선이 그 상황과 마주하는 장면이거든. 아마 이 장면에서 순애가 튕겨져 나가지 않았으면 선우와 봉선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게 바로 선우와의 관계에서 나봉선 본인이 거의 개입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게 중후반에 서로 잠시 떨어져있게 되는 이유가 된다. 저 사람 몸을 내 옆에 붙잡아두는건 짝사랑 할때나 갖는 욕심이지 결국 같이 있으면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해 신뢰와 믿음을 쌓으며 사랑을 키워야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순애가 차지해서 문제가 되는거지.

 

* 글자로 쓰니까 되게 길어지는데 그냥 데이트하고, 같이 놀고, 같이 웃고, 같이 싸우고 하면서 서로 시간을 공유하는게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 난 꼬르동(곽시양)이 봉선이한테 마음이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그냥 인간적인 관심이었나?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아 오토바이 헬멧쓰고 취해서 정신못차리는거 너무 귀엽다.

 

 

▲ 이건 뭐 다들 잘 아는 남자들의 로망 와이셔츠 착용 장면이다.

 

 

▲ 선우를 사랑한 순애가 봉선을 밀쳐내고 떠났을때 한 뼘 더 성장한 봉선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상황은 살짝 아팠는데 선우 입장에서는 얼마나 귀엽고 예뻤을까 싶더라.

 

※ 사실 진짜 압권은 박정아랑 박보영이 소주 마실때겠지. 술에 취해서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거죠?' 라며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타인의 동의를 구하는 장면이었는데 조금 짠하고 귀여웠다. (술 취해서 박정아랑 악수하는데 진짜 멍뭉이 닮았더라.)

 

※ 근데 이 드라마에서 사람들의 성장은 친구를 얻는거더라. 마음가짐의 변화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얻는거였어. 봉선이는 순애의 가족을 내 편으로 얻었고, 선우를 사랑으로 얻었고, 선샤인 식구들을 우정으로 얻었다. 사람답게 사는게 저런거지 부러운 캐릭터였다.

 

 

▲ 오 나의 귀신님 최종회 하이라이트, 역대급 키스신이다. 한껏 예쁘게 꾸미고 러블리하게 돌아온 봉선과 선우의 2년만의 스킨십. 확실히 예쁘기는한데 난 다른 장면에 더 많이 꼿혔다.

 

* 드라마를 보는 내내 박보영 손이 계속 눈에 들어오더라. 아가손.

 

 

▲ 바로 요 의상을 입고 찍었던 모든 장면이지. 아마 한강고수부지에서 자전거를 타는 에피소드를 촬영할 때였을텐데? 빙의가 안 된 봉선이었다. 다른 예쁜 의상, 예쁜 상황도 많았는데 유독 이 장면이 참 예뻤다. 특히 자전거 안장 도둑을 잡고 경찰과 대화하는데 박보영 정수리에 조정석이 팔을 괴고 있을때의 그 케미란 정말 예뻤다.

 

 

▲ 내가 꼿히는 장면은 이런거지. 힘쎈여자 도봉순때도 박형식 아지트 소파에서 같이 잠들었을때가 제일 예뻤는데 오 나의 귀신님에서도 결국 이런 장면이 제일 인상적으로 남네요.

 

아 진짜 작가 칭친하고, 뽀블리 칭찬하고, 케미 칭찬하는걸로 후기를 꽉 채웠네요. 앞으로 가끔 긍정 에너지를 얻고 싶을때 봐야겠어요. 초반에 러브라인 없을때 순애가 빙의된 봉선이 선우에게 들이대는 그 모습은 정말 최강 애교 캐릭터일듯 싶네요. 봉순이나 승희까지도 그냥 러블리 캐릭터였는데 봉선이에서 완전 빵 터졌네. 이번 정주행은 정말 대만족입니다.

 

* 만약 빙의설정과 대본에 녹아있는 디테일한 감정들이 없었다면 오나귀를 봤어도 그냥 예쁘고 러블리한 여자 배우정도로 남았을텐데 작품이 좋아서 배우가 확 살았네요. 덕분에 입덕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