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 관람후기

취미|2018. 10. 7. 13:01

일단 후기가 영화 공작과 비슷합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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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을 볼 생각이 없었다. 내용상 임팩트가 없을테고 실화에 그알에서 미리 뿌려뒀고, 제목만 검색해도 바이럴마케팅의 흔적을 많이봤기에 흥미도 없었다. 사실 아무리 잘만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어도 자사 작품에 대해 약간이라도 여백을 두는 글에 덧글 작업을 치는 공작을 목격한 뒤 한국영화에 흥미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블로그의 덧글을 막아놓은 이유)



 

하지만 주지훈이 연기하는 살인마가 차갑고 무겁기를 바랬기에 일요일 오전에 보게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다. 그런데 재미있었나?라는 질문에는 답을 못하겠다. 그냥 지루하지 않은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다.

 

굳이 평점을 10점 만점으로 정한다면 8점이다.

 

참고로 이런 류의 영화에서 평점이 높다는게 재미있다는건 아니다. 영화로서 볼만했다는거지. 평소에 평점에 속았다는 말을 많이 보는데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최소한 그 작품이 무엇을 다루는지는 보고 선택해라. 오락성을 갖춘 작품에서 일반 평점이 높은건 재미있다는거지만 영화 암수살인 같은 작품에서는 잘 만들었다는 뜻이다.

 

내가 이 영화에 8점을 준 이유는 범인이 자백한 이유가 내가 모르던 내용이라서 평타7점에 1점을 더했을뿐이다.

 

 

▲ KT VIP초이스로 집 옆에 롯데시네마 예약을 한다는게 실수로 CGV로 예약했다. 다음주 미쓰백과 25일 창궐은 돈 내고 봐야지

 

 

▲ 영화 암수살인의 두 주인공 주지훈, 김윤석의 모습

 

이 작품은 살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주지훈이 미리 찍어둔 형사 김윤석에게 아무도 모르는 살인사건에 대해서 자백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은 주지훈의 자백과 김윤석의 수사, 기소, 재판으로 이어지며 맥빠지는 모양새를 취한다. 힘이 떨어질때마다 살인이 벌어지는 장면을 넣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지루하지않고 볼만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하지만 내가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두 사람의 캐릭터다. 김윤석은 잔잔한 호수같은 베테랑, 주지훈은 뜨거운 화산같은 범죄자로 나오는데 두 사람의 캐릭터가 바뀌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기대했던것과 달리 주지훈의 캐릭터는 너무 가볍고 시끄럽더라.

 

실화에서는 뼈대만 가져오고 작품으로서 가져야할 긴장감과 재미를 위해서 두 사람의 캐릭터를 바꿨다면 훨씬 상업영화로서 재미가 있었을것 같다. 꼭 얻어먹어야되는게 있는 불같은 성격의 형사와 다 잃어도 손해보는게 없는 냉정한 범인이었다면 엔딩이 바뀌지 않았어도 런닝타임 내내 재미있지않았을까? 

 

 

▲ 영화 암수살인에서 범인이 7개의 범죄를 형사에게 자백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장면



 

또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바로 기싸움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이미 주지훈이 김윤석을 찍어서 자백을 한다며 접근하는 이유가 중반 초입부에 나온다. 그런데 김윤석이 밀당을 시작하는 시점이 영화 시작 70분 지점이다. 범인이 다른 사건으로 기소되고, 원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고 그를 다른 사건으로 엮어서 엔딩에 이르는 과정이 대략 20분 내외. 그럼 정작 밀당해서 그를 기소하고 판결이 나오는 클라이막스 부분이까지 고작 20분 남짓인데 그마저도 현장검증으로 긴장감없이 날려버린다. 기싸움 시점이 너무 늦고 이야기를 담기 바빴다는 느낌이 강하다.

 

김윤석과 주지훈의 밀당(기싸움)이 20분 정도만 더 빨랐고 그에 맞춰서 시나리오가 변경됐다면 좀 더 나았을거라고 생각한다.

 

 

▲ 범인의 의도를 알고도 확실하지 않은 사건을 기소한 부분은 실제 사건 떠나서 돈 내고 영화보는 관객에게 피로감만 줬다.



 

영화 암수살인은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가 아니다. 통쾌하고 신랄한 풍자도 없다. 그저 사건 기록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너무 담담하고 정직하게 그려내서 내가 이 영화를 왜 봐야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놈의 코믹 욕심은 장르 불문하고 버리지를 못하니 불필요한 장면도 간간히 보였다.

 

꽤 괜찮게 만들었고 배우들 연기도 흠잡을곳이 없었지만 과연 관객이 이 작품을 왜 봐야할까? 가족끼리 웃으려고? 재밌는 영화 한 편 보면서 연인과 데이트하려고?, 현실적인 문제에 공감하고 분노하고 싶어서?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난 영화적 지식이 없다. 그저 내고 보는 상업영화는 재미있거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잘 봤다는 느낌이 들어야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분이 나쁘지도, 흥분되지도, 설레지도 않는다. 그냥 그저 그렇다. 최근에 본 작품중에 이런 느낌을 받았던게 있다. 바로 신과함께2, 욕하기는 애매한데 그렇다고 재미있지도 않아. 그런데 다들 좋다네. 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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