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연계 파생상품 전액 손실 위험 소식 (모르는건 하지 맙시다.)

재테크정보|2019. 9. 18. 14:09

지난 달인 8월부터 뉴스와 언론 기사를 통해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연계 파생상품인 DLS, DLF가 전액 손실 위험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해당 상품의 전체 판매량의 98% 이상을 취급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도마위에 올랐는데요. 이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해서 그 행위가 입증되면  은행과 증권사에 최대 70%에 달하는 배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별로 감흥이 없었습니다. 은행이 수수료 수익을 내기 위해서 팔릴만한 물건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팔았을 뿐이니까요. 더군다나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인데 현금 1억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피해의 정도가 삶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빚까지 동원해서 가입했다면 투자가 아닌 투기로 간주할 수 있다고 봤고요.


여하튼 여러가지로 제가 사는 세상과 다른 이야기라서 관심이 없었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예전에 은행에서 젊은 여직원분들의 달콤한 말에 잘 넘어가시다보니 손해를 몇 차례 본 기억이 있어서 이 글을 남겨봅니다. '그 아이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잘 모른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그 순간에는 아주 쉽게 넘어가시더군요.


이 글은 그런 부모님을 두신 자녀분들이 보길 바라면서 적는 글입니다.


1. 파생상품은 무조건 걸러라.


조지 소로스, 워렌 버핏도 잘 모르는 분야가 이쪽입니다. 전통적인 작동 원리가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상품성을 갖춘 투자 상품이라서 만든 사람과 소속 집단이 아니라 로직 자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 예로 수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배팅한 사람의 손해 부분만 다룰 뿐, 누가 상대편이었는지, 이 사태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어디인지, 그 액수는 얼마인지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죠. 기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물며 은행 창구에 PB 센터 직원들, 일반 창구 직원들이 자신들이 안내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까요? 아마 위에서 내려온 스크립트 (안내를 할 때 말해야 하는 내용을 정리한 문서)만 읽을겁니다.


안내하는 사람도, 은행도, 가입자도 모르는 상품에 1억원의 현금을 넣는게 이상한겁니다.


2. 설명은 무조건 녹취할 것


저도 이 글을 적기 위해서 살짝 검색해보니 과연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들었다면 VIP 고객들이 돈을 넣었을까? 싶더군요. 제가 본 상품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가 -0.2%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보며, 그 이상이면 6개월 단위로 2% (1년에 4%) 이익을 볼 수 있다. 만약 -0.7%까지 떨어지면 원금의 98%에 해당하는 금액을 잃을 수 있다. 한마디로 이익을 보면 연 4%의 수익이며, 손해를 볼 경우 98%를 잃을 수 있다. '


대부분의 피해자가 이 설명을 들었다면 과연 가입했을까요? 듣지 못했다고 생각하기에 논란이 되는 것이겠죠. 근데 은행이 바보일까요? 아마 대부분은 스크립트 어딘가에 해당 내용을 설명했을겁니다. 그리고 바로 독일 국채의 안정성에 대해서 강변하겠죠. 하이 리스크인데 로우 리턴이면 그만큼 안정적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했을겁니다.


쉽게 말하면 독일이 선진국인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면 나라 망하는거다. 그럴 일이 있겠나? 위험성은 있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아서 거의 연4%짜리 적금하고 비슷하다. 요즘 어디서 4%를 주나? 요즘 이만한 투자처 구경하기 힘들다. VIP 고객 한정으로 선착순 판매니까 얼른 잡아라. 는 식으로 설명했겠죠.


그럼 앞에 설명한 내용은 잊혀지고 뒤에서 말한 아주 안정적인 상황 전개만 기억에 남을겁니다. 그럼 고객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죠.


이 부분을 입증하는게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당시 활용했던 스크립트 상에 위 내용이 있다면 더더욱 어렵죠. 고객과 상담원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이 없다면 어느 한쪽의 자백 외에는 사실상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내 말이 맞다. 네 말이 맞다 싸움이되고 약관과 상품설명서를 제공한 은행에 유리한 결론으로 끝나게 되지요. 약관에는 그런 내용들이 다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투자 상품(파생이든, 주식이든, 펀드든 직접 운용이 아닌 경우는 전부 포함)에 가입할때는 A부터 Z까지 전 과정을 녹음하는게 좋습니다. 상담하는 직원이 거부 반응을 보인다면 뒤도 안 보고 그 자리를 뜨고 다시는 그 곳을 찾지 않아야됩니다.


3. 은행은 적금과 예금만 이용할 것


많은 분들이 시중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투자의 전문가, 돈 버는 방법을 아는 사람 등으로 착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왜 월급 받으면서 출퇴근할까요? 말이 앞 뒤가 안 맞지요.


현재 시중에서 운영되는 금융기관들의 주요 수익은 투자가 아닌 예대마진입니다. 예금 금리(지출)와 대출 금리(수입)의 차액으로 얻는 수익이 주요 매출이라는 뜻이죠. 그들이 투자를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과연 그럴까요?


우리는 모르지만 하나의 경우 예대마진에 거의 올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카드 장기론 한도가 0원이 된 것만봐도 알 수 있죠. 한도상향이 가능할 때 유선으로 안내하는 내용에 동의하라는 압박입니다. 처음에 동의해놨다가 미친듯이 연락이와서 막아놨거든요. 한도는 넘치는데 빌리지는 않으니 일단 0원으로 바꿔놓고 마케팅활용동의를 받으려는 꼼수죠.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그런 상황이라고 인지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보장성 상품은 원수사, 예적금은 은행, 투자는 증권사' 기억하세요.


물론 전제조건은 알고 있는 것에만 투자해야되며 스스로 투기인지, 투자인지 구분하고 시작하셔야 됩니다. 꼭 이익을 보면 실력이고, 손해보면 속았다고 하지요.


4. 이런 상품을 왜 만들까?


해당 파생상품의 작동원리, 로직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단정지을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수수료 따먹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팔릴만한 상품'을 던져서 건당 수수료를 매출로 잡는거죠.


생각해보면 은행이 이런 상품을 판매했을때 얻는건 오직 수수료 밖에 없습니다. 그저 저금리 기조에 갈 곳 없는 고액 투자자들을 유치해서 매출을 올리려고 했을 뿐이지요.


로직을 통해서 상대편 배팅 집단과 운용사, 은행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면 그들이 고객에게 이런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상품을 판 이유는 그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 세 집단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아마 판매한 우리나 하나은행도 지금 억울한 상황일거에요.


※ 작동 원리의 최악의 경우는 뭘까요? 바로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 맺은 계약의 내용에서 수익 퍼센테이지와 고객과 맺은 내용에서의 퍼센테이지 차액일겁니다. 즉 금리가 -0.2% 이상일 경우 운용사에서 금융기관에 5%의 이익을 약정하고, 기관은 고객에게 2%를 약정했다면 남의 돈으로 가만히 앉아서 6개월 3%, 연 6% 수익을 거저 먹는거죠. 이게 최악이라고 봅니다. 건당 수수료면 그럴수 있는데 저 배분 비율의 차액을 먹는거면 정말 쓸어버려야죠.




▲ 그들이라고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가 이렇게 곤두박질 칠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그나마 8월에 전액 손실 구간인 -0.7%까지 떨어져서 난리가 났으나 첫 가입자의 만기인 9월 19일자에 대한 손실률은 60.1%로 확정되었다네요. (9월 19일에 만기가 되는 가입자는 자신의 계좌에 3990만원이 들어온다는거죠.) 앞으로 11월 19일까지 계속 만기가 이어지는데 저 금리가 -0.2%에 근접할수록 손실율은 점점 줄어들겠죠?


모쪼록 앞으로 계속 금리가 올라서 -0.2% 이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러면 5월 막차 탄 분들은 2%의 수익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사족 :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한국인이 왜 했나?


앞에서 제가 아마 은행원이 설명을 할 때 적금처럼 안정적일 것이다라고 안내했을거라고 예측했는데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인 특히 베이비붐 세대로서 자력으로 재산을 형성한 고령층의 경우 부를 쌓는데 예적금 만한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아주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절대 안되고, 남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봐야만 하는거죠.


덕분에 8~90년대에 보장성 상품들도 대부분 다 만기환급형으로 팔려나갔고 그 덕에 원수사들이 공룡처럼 몸집을 불릴 수 있었는데요. 이런 성향이 은행의 투자 상품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다보니 직원들이 그 성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입니다. 덕분에 '적금 같다.'는 한 마디로 수 천 억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거죠.


* 참고로 지금도 많은 분야에서 이 성향을 공략해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근데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할 경우 전제되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객관적인 정보를 분석해서 투자 주체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례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 그 이유로 '금융', '경제', '투자'에 대한 교육의 부재라고 봅니다. 그래서 2019년 현재도 사회 곳곳에서는 장님에게 돌을 쥐어주고 금덩이라며 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겁니다. 모든 국민이 다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한다면 많은 기업들이 망할테니까요. 경제를 돌리는건 큰 손들이지만 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바닥에 깔리는건 개미들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신분제 사회가 사라지면서 생긴 구조죠. 이게 바뀔리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분들은 부모님이 어떤 금융 상품을 보유중인지, 예전에 어떤 것들을 보유했었는지 파악하셔야 됩니다. 그를 통해서 자신의 부모님이 어떤 성향을 가졌고, 승률이 어떤지를 알고 대처를 해야됩니다. 노후는 장난이 아니고 자녀라고해서 부모를 무조건 100% 봉양할 수는 없는겁니다. 돈은 그 정도로 무섭고 강력한 존재죠. 꼭 아직 뇌가 덜 늙은 자녀 세대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니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로 저희 부모님은 어머니는 안전제일주의, 아버지는 좀 잘 넘어가는 편입니다. 3번 정도 손해를 보시더니 이제 그런 전화가 오거나 결정을 해야되면 어머니께 토스하시더군요. 어머니는 제게 전화를 하시죠. 전 신상은 거들떠도 안 봅니다. 제가 상품에 대해서 판단할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사족 2 : 결정은 최소 3일 뒤로 미루는 습관을 갖자.


저도 아는게 없는데 이리 장황한 잡담을 남기는군요. 그냥 키보드 타자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금융 상품의 판매를 하는 입장에서 사용하는 스킬 중 하나는 고객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선착순', '마감 임박' 이런 단어를 사용하며 결제나 투자를 유도하지요. 이는 전통적인 방식의 마케팅 기법입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고객은 절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거든요.


만약 위 파생상품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안내서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면 고객이 가입했을까요? 이기면 연 4% 얻고, 지면 원금의 98%를 잃는 게임을 과연 했을까요? 아마 단 한 명도 하지 않았을겁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갖지 못한 자본가가 무엇을 결정할 때 그 시점을 3일 뒤로 미루는 습관을 가진다면 손해를 보는 확률을 99% 예방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고액의 현금을 동원할 능력이 되는데 정보를 얻는 라인이 없는 일반 투자자의 경우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타겟은 바로 당신이 될 테니까요.


※ 단순하게 당신이 해당 은행의 오너 일족을 멸족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면 그곳에서 권유했을까요? 절대 안하죠. 처자식, 부모님 목숨을 걸고 그 짓을 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피해자가 타겟이 된 이유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은 사자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 하이에나를 조심해야 오랫동안 잘 살아요.


마지막 한 마디 


"책임지지 않는 자는 신뢰할 수 없다."


가방 끈 짧은 사람의 잡담이 너무 길었네요. 그저 안타까워서 끄적거려 봤습니다. 제 글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니 무식한 아재의 넋두리, 잡담 정도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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