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양식을 똥밭에서 키우니까 먹지 말라고?

일상|2020. 10. 26. 14:13

드디어 굴의 계절 겨울의 문턱이네요.


저희 부모님도 2주 전부터 갯굴을 까기 시작하셨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바다에서 키운 것을 집에 가져와서 깔 텐데요. 그 때까지는 물 때에 맞춰서 갯펄에 있는 녀석들을 깔 예정이라고 합니다.


보통 수확 시기는 10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로 보면 되는데요.


저희 집은 소규모로 사람이 직접 다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에서 사는 제품으로는 나가지 않습니다. 모두 다 어리굴젓 공장으로 보내지지요. 어쨌든 굴이 제철을 맞으면서 뉴스에도 기사로 나왔는데요. 덧글 중 이상한 것들이 베스트로 올라가있어서 그에 대해서 반박하는 글을 적고자 합니다.



▲ 기사는 대부분 서남해안 지역에 있는 대규모 양식장을 다루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석화라고 부르는 큰 굴을 양식해서 출하하는 곳들이죠. 대규모라서 수확 과정이 모두 기계화되어 있습니다.


기사와 다른 곳에서 운영되는 서해안쪽 소규모 양식장들은 저 과정을 모두 사람이 합니다. 씨를 뿌리고 자라는 시간을 기다려 수확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하죠.


* 그래서 제가 4월 ~ 5월에는 자주 섬으로 들어간답니다.



▲ 굴이 비싼 이유는 바로 위 사진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키우고 수확하는 것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껍데기와 알맹이를 분리하는 일은 기계가 할 수 없거든요. 모두 다 사람이 직접 조새로 쪼아서 발라내야 합니다.


그런데 굴이 제철을 맞이했다는 기사에 이상한 덧글이 베스트를 먹고 있었습니다.




▲ 저게 뭐?


대체 굴이 씨앗 상태에서 뭘 먹고 자란다고 생각하는건가요? 바닷물 속에 있는 미세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겠죠? 그럼 인분을 먹고 자란게 문제가 되나요? 쉽게 생각을 해보시면 이해하기 편할겁니다.


과수원에서 거름으로 인분을 쓰는게 문제가 되나요? 거기서 나온 사과에 똥이 뭍었나요? 아무 상관없는겁니다. 오히려 좋은 거름이 되서 과실의 품질이 더 좋아지죠.


애초에 이 문제는 논란거리가 안 되는 것입니다.


* 누가 보면 똥통에 굴을 넣어서 키운줄 알겠네요.


굴은 양식장에서 물 속에 미생물을 먹고 자랍니다. 인분이 바닷물과 섞여서 분해되면서 나오는 것들도 그 미생물에 포함이 되지요. 그 뒤 수확이 되어 사람의 손에 의해서 알맹이가 분리가 되고 그것들이 세척을 포함한 공정을 거쳐서 제품으로 시장에 나옵니다.


걱정할 필요도, 굳이 상상할 이유도 없는 문제라는거죠.


다만, 이 문제가 전체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면 대규모 양식장에서 대소변을 바다로 직접 배출하는게 아니라 모아서 육지에서 처리하면 됩니다. 그게 꼭 필요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 이유로 판매량이 감소한다면 대책을 마련하겠죠.


그냥 부모님이 이 일을 하는데 너무 엉뚱한 이야기가 공감을 받는것 같아서 남겨봤습니다.


사족


소규모로 굴을 출하하는 저희 동네의 경우 바다에 담가놨던 굴을 따와서 자갈밭에 던져놓고 바닷물로 몇 일을 씻기게 됩니다. 그 뒤 갯펄이 껍데기에서 어느정도 벗겨지면 집으로 가져와서 틈나는대로 까죠. 그렇게 모인 알갱이를 또 바닷물로 씻어서 도매업체에 보냅니다.


아마 대규모 작업장은 기계로 바닷물을 퍼 올려서 세척하고 까고 세척하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굳이 저런 엉뚱한 문제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가끔 보면 상상력이 풍부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사람의 인분이 바다에 떨어지면 그대로 둥둥 떠다닌다고 생각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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