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후기 _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

취미|2018. 3. 14. 23:19

작년에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 남자들도 눈물을 쏟게 만든다는 소문이 났었다. 주변 지인들도 혼자 가기는 싫으니 같이 가자며 한참 조르던 작품.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까지만 출연자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미루고 미루던 이 영화를 혼자서 '고향만두'를 씹으며 봤다. 본 느낌? 아주 찬란하다. 나 역시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아마 극장에서 봤다면 더 처절하게 울었을것 같은 작품. 시즌 2가 여름쯤 개봉한다니 그건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 시사회에 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 그럼 시작해보자.

 

줄거리

 

인간은 죽으면 지옥에서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는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가지 항목에 따라서 각각 문제가 되는 인생의 순간들을 심판받고 그에 맞는 판결을 받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무죄를 받으면 현몽을 통해 이승에 보고싶은 사람의 꿈에 나타나서 만날 수 있고, 바로 환생을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김자홍(차태현 분)이 소방관으로서 화재 현장에서 어린아이를 구하고 사망해서 지옥에 판결을 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각 재판에서 그의 변론과 보호를 맡은 차사(저승사자) 3명과 함께 움직이는데 '정의로운 귀인' 으로 판명된 상태에서 아주 힘겹게 재판을 받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의 죽음도 저럴진데 '난(관객)' 과연 얼마나 많은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물음표가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정재가최고

 

▲ 영화는 전체적으로 빠르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전혀 지루하지않고 보는데 불편함도 거의 없다. 몇 장면에서 어설픈 CG가 눈에 거슬리지만 스토리가 워낙 좋아서 볼만하다. 사실, 영화 신과함께를 보며 따로 불만을 떠올린 순간이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한국 배우의 연기력은 최절정이다.

 

특히, 염라대왕으로 나오는 이정재를 비롯해서 전 배우들의 연기력은 스토리를 살려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등 공신이다. 어색한 CG를 보는것조차 이야기에 묻혀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지훈, 하정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배우들은 작품을 선택할 때 티켓파워를 가질 정도로 정평이 난 사람들이었으니 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한번 더 확인했다. 이제 스토리만 잘 만들면 영화판을 세계 시장으로 넓힐수도 있겠다. 이미 배우의 연기력은 더 나아질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거든.

 

카리스마대박

 

▲ 이정재는 이제 신의 경지에 올랐다.

 

이 배우, 이제 어쩔겨?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신세계였나? 이정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배역이 작아도, 커도, 까메오여도 눈에 띈다. 이미 '연기 잘한다'는 평가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내게는 산 같은 배우가 되어버렸다. 내게 그런 남자 배우들이 있다. 김갑수, 최민식, 황정민, 최민수(사극류에서만) 등인데 여기에 이정재도 포함됐다. 기준은 없지만 그냥 보고 있으면 신기한 배우들이다. 이번 영화에서 염라대왕으로 나왔는데 정말 대단했다. 다른 배우들도 모두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나와도 충분한 실력들인데 내 눈에는 주연은 염라대왕이고 나머지는 다 조연처럼 보였거든.

 

김향기모습

 

▲ 월직차사 김향기 없었으면 내 평이 이렇게 좋지는 못했겠지



 

영화 신과함께 주조연급 중 30세 이하 유일한 홍일점 월직차사로 출연했던 김향기. 처음 본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 연기력이 꽤 좋다. 김향기가 없었다면 과연 내 평이 이렇게 좋았을까? 궁금해진다. 거의 모든 상황, 모든 장면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극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거든. 솔직히 난 20대 중후반 정도에 최강동안 배우겠지 생각했는데 2000년 생이라고 한다. 올 해 19살. 어렷을때 출연한 작품은 아역이라 '귀여움'이면 충분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좀 달랐다.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2017년에 영주라는 작품을 찍었단다. 앞으로가 너무 기대되는 배우라서 꼭 찾아서 봐야겠다.

 

딸뻘인데귀엽다

 

▲ 내가 스무살에 결혼해서 애를 낳았으면 딱 이 나이겠군.

 

이 작품에서는 명대사가 꽤 많이 나온다. 관객들의 양심을 콕콕 찌르는 송곳같은 대사들이 있었다. 나도 한번 기억나는대로 몇 개만 적어볼까?

 

*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

 

김수홍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뜻에서 쓰는 말 같다.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인간은 과거에서 위로를 받거나 상처를 받으며 현재를 살아간다.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이기에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에게는 '마음'이라는게 있으니까.

 

*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살면서 잘못을 저지른다. 그 중에 일부는 용기를 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그 중 극소수만이 진심어린 용서를 받는다. 이승에서 진심어린 용서를 받은 건은 저승에서 죄를 묻지 않는다.

 

영화 신과함께가 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하며 살아간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평생을 옳은 길만 가고 그런 선택만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럼 7번의 재판에서 어떻게 환생을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이 바로 염라대왕이 했던 저 대사다.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해서 용기있게 사과하고 진정성 있는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렵기에 그 '용서'에 가치를 부여하는건 아닐까? 용기있는 고백, 진심어린 용서 이 두 가지가 인간이 존엄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직 이 영화를 못 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은 봤으면 좋겠다.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을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얻을 수 있을거다. 특별히 재밌거나, 멋지거나,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보는 이의 양심을 계속 콕콕 찌르는 그런 작품이거든. 용기가 무엇인지, 용서가 무엇인지, 그리고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이제 좀 열심히 살자. 대충대충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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