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사태를 바라보는 주린이

재테크정보|2021. 2. 19. 13:37

이번주 화요일(16일) 아침에 조선비즈 조귀동, 이다비 기자가 작성한 에이치엘비 관련 기사가 업로드 됐다. 이후 해당 회사는 물론 관련된 자회사들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많은 주주들은 대응할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됐다.

 

주린이인 필자는 원래 바이오 종목에 관심이 없어서 하한가 구경하러 갔다가 기관이 무지막지하게 사들이는 것을 보고 진입했다. 그 이후 상황을 구경하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이 글을 적는다.

 

본 글의 내용은 추측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사와 공시에서 확인 가능한 것만 적는다.

 

* 본 글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제도, 법, 정책은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가? 아니 역사 이래로 단 한번이라도 보호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잡담이다.

 

사건의 발단

 

▲ 조선비즈 기사 초입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2019년에 에이치엘비 자회사 엘레바에서 임상 진행중이던 리보세라닙의 3상 완료 후 미국 FDA 허가 신청에 문제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당해 6월에는 1차 지표의 목표 미달로 허가 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발표를 했으나 같은 해 9월 글로벌 임상 3상 완료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와 금융 당국은 FDA의 실패 판정을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성공이라고 허위 공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사실이 비공개 단계에서 언론에 보도되어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의혹에 대한 공시 확인

 

주린이가 아는게 없어서 문제로 지목한 2019년 11월 3분기 공시 보고서를 확인해봤다.

 

▲ 에이치엘비 공시 중 2019년 11월에 발행된 3분기 보고서 중 리보세라닙에 관련된 사항이다.

 

위 이미지를 보면 임상 성공이 아니라 완료로 표기되었고 미국 FDA에 신약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외에 임상 결과를 조작하여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킨 허위 공시는 없다.

 

▲ 리보세라닙의 허위 공시가 없는 이유는 당시 개발중이던 신약은 엘레바의 담당이었고 이에 대한 권리 인수는 2020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에이치엘비가 해당 임상 시험 결과를 공시할 의무가 없었기에 보도자료는 나갔더라도 공시는 하지 않았다.

 

위에 두 가지 사항만 보더라도 '허위공시'라는 단어 선택은 부적절했다.

 

리보세라닙의 상황

 

2019년 11월에 발행된 보고서에 보면 이미 그 시점에 위암에 대한 치료제로 중국에서 허가를 받고 판매가 이루어지는 상황이었으며, 최근에 간암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은 상태다.

 

또한 한국과 이스라엘에서 치료목적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환자에게 사용된 적이 있다.

 

하나만 묻자.

 

임상 3상 완료와 FDA 신약허가 사이에 어떤 인과 관계가 필요한가?

 

주린이가 바이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말장난이 심한 분야라는건 인정하겠는데 이 문제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기자에게 유출되고, 비정상적인 시점에 기사로 보도가 될 정도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미 한국거래소에서도 에이치엘비에 리보세라닙의 임상시험 관련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개인(진양곤회장)의 일탈이나 비위 정도로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거래정지 혹은 상장폐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둬야 했을까?

 

필자는 검찰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린이의 입장

 

사실 이번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에이치엘비의 가장 큰 약점은 '대응'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 영상으로 해명을 대신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더라. 결과의 확정은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 주주들이 듣고 싶은 말은 '임상 성공의 진실'과 'FDA 신약 허가 신청 절차의 현황' 이었는데 과거 이야기를 꺼내며 '믿어달라' 하더라. 또한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주와 회사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부분도 특이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하한가 따라잡기로 진입한 주린이의 입장일 뿐이다. 이번 일로 재산상의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구제는 고사하고 위로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왜냐하면 주식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의 기사 한방에 9만원에서 에이치엘비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는 무려 30%의 손실을 대응도 못하고 그대로 떠안아야했다. 해당 논란이 종식되더라도 주식은 게임이 아니기에 다시 9만원에서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 6만원부터 차근차근 실적과 호재와 재료를 통해서 올라가야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때리면 맞아야 했다. 법도, 제도도, 정책도, 감독 기관도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참 무서운 일이다.

 

아마도..이 일로 책임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라와 체제와 권력은 공정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대중을 통제하고 안정적인 상황만 만들면 된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민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결국, 반항할 수 없는 투자자들만 울고 누군가는 돈을 벌고 그렇게 끝날 것이다. 그것이 제일 조용하게 일이 처리되는 결과니까.

 

사족1

 

개인적으로 이번 에이치엘비 관련 논란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는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주식은 게임이 아니기에 리셋도, 롤백도, 계정 정지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일단 잃고 다시 시작하는거다. 

 

다만 이번 일을 통해서 주식 경험이 적은 필자같은 사람들은 배우는게 많았으면 좋겠다. 자기 주식이 누군가의 농간에 의해서 한 순간에 휴지 조각이 되어도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 위험에 대비해서 투자하는 방식이나 자세도 고쳐잡을 필요가 있다.

 

난 이번 일의 진실에 관심이 없다. 다만,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투자자가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다는 상황에 대해서 무력감과 공포감을 느낄 뿐이다.

 

이래서 경험이 많은 고수들이 깡통을 몇 번은 차봐야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주식 시장이라고 하는구나.

 

※ 할 말은 엄청나게 많지만 다 추측이고 감정적인 내용들이라서 빼다보니 제대로 글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무서움에 떠는 주린이의 심정만 남겨본다. 말을 한다고 달라질게 없으니 배움의 기회로 삼고 기억할까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