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화면을 확인하다 연봉탐색기 2019 라는 단어를 봤습니다. 이슈인가? 싶어서 눌렀는데 .org로 끝나는 비영리 단체에서 만든 서비스랍니다.

한국납세자연맹

검색해보니 연말정산, 세테크 정보, 세무상담 등 요즘 재테크에 민감한 상황에서 유용한 정보를 많이 다루는 단체같네요. 저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어떤 집단에서 그럴듯한 어플을 만들어서 인기를 얻나? 생각했는데 뜻밖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저도 들어가봤죠.

▲ 자신의 연봉만 입력하면 순위부터 실수령액을 비롯해 소소하지만 유용한 정보들을 9가지나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잠깐~ 내 연봉이 얼마지?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통계수치를 봤더니 중간연봉 3254만원, 음 제가 많이 부족하네요. 일단 패스하죠. 사는데 지장없고 전 제 삶에 만족하거든요. 적어도 돈에 있어서만큼은 불편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줄세우기를 하니까 밑바닥 인생이 되어버리네요. (솔직히 결혼해서 가정만 갖지 않으면 꽤 넉넉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기분이 좋지 않네요.)

▲ 호기심에 연봉탐색기 2019를 해보려고 다음 버튼을 눌렀는데 위와같은 화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내창에는 '로그인한 회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즐~ 꺼져라.

내 지갑에 돈 꼿아주는것도 아닌데 왜 내가 개인정보를 입력해야되는거냐? 그리고 이미 언론을 통해서 퍼진 결과화면을 입수했습니다. 실제로 연봉을 입력하면 제공되는 정보들이랍니다.

▲ 일단 가장 먼저 나오는게 순위입니다. (솔직히 이게 정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서 추가된것 같은데 좀 씁쓸하네요.)

▲ 3번은 지금 월급 받는 사람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구색맞추기인가? 연봉을 자기 손으로 적어넣을 수 있는 사람이면 실수령액이야 당연히 알겠지. 4번도 마찬가지네요.

일단 4번까지는 정보가 아닌데 나머지 5개가 연말정산과 맞물려서 가치있는 정보인가봅니다. 그리고 한국납세자연맹에서는 정산 시즌에 맞춰서 단체를 알리고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일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네요. 어쨌든 과정으로만 봤을때는 성공적인것 같습니다.

다만, 순위를 넣은건 다소 경솔했다고 보여집니다.

어쨌든 법적으로 대한민국은 신분제, 계급 사회가 아닌데 굳이 연봉별로 순위를 확인시킬 필요가 있었나요? .org면 영리단체도 아닐텐데 무엇을 위해서 순위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건지 궁금합니다. 어떤 경로든지 설명을 듣고 싶네요. (내가 기자였으면 한번 찾아가서 실무 담당자한테 인터뷰하고 싶네요.)

솔직히 말해서 연봉탐색기 2019에서 연봉 6~7천이어도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난 나름 잘 살고있고 부족함 없이 여유롭게 살고있는데 막상 순위를 확인해보니 그저그런 인생이라고 확인받으면 기분이 좋을 사람이 별로 없을것 같은데요?

정책 기조와도 맞지않고 현 경제 상황과도 맞지않는 서비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국민들 대다수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납세자연맹이라는 단체명에 어울리지않는 지극히 의도적인 서비스라고 생각됩니다.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정보 공유 및 세무상담 등의 서비스를 하고있는 단체를 알리기 위해서 마련한 것일텐데 그 누구도 한국납세자연맹 대신 연봉별로 줄세우기로만 기억하겠네요. 취지는 좋았으나 이목을 끌기 위해서 무리수를 쓴 것 같습니다.

사족

전 제 연봉이 없죠. 프리랜서니까. 그런데 굳이 확인을 안 해도 왜 기분이 나쁘죠? 일단 중간연봉 밑인건 확실한데 평균보니까 갑자기 열이 확 받네요. 없는 살림에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습니다. 소비와 지출을 확 줄여야겠어요. 돈 잘 버는 분들이 많이 쓰겠지. 결혼도, 출산도 상위 소득자들이 그만큼 많이하겠지. 전 입에 풀칠이라도 편하게 하려면 지갑을 닫아걸어야겠습니다. - 이런 느낌으로 결론이 날 것 같군요.

＊ 이 글은 서비스를 제공한 단체가 논란 자체에 묻힐까봐 남기는 글입니다. 한국납세자연맹에서 좋은 취지로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에요. (이미 연봉순위검색기로 변질되서 서로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