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에 해당하는 글 4

온라인게임의 장기 동력은 커뮤니티다.

취미|2018. 4. 27. 12:23

요즘은 짧은 시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선호되고 있다. 이에 기존에 국내 게임 시장의 판을 키웠던 MMORPG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다. 육성하고, 쌓고, 모으고, 만들면서 자기만의 것을 이루어가는 재미로 즐기는 MMORPG는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해당 게임이 원활하게 구동되는 부피가 큰 데스크탑 컴퓨터를 장만하고, 진득하게 집에 앉아서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잠깐, 잠깐 손에 들린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의 매출 규모가 큰 것은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자사의 PC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해서 단기 순이익을 극대화시키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봤을때 모바일게임의 수익성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다. 현재 내가 하고있는 게임의 제작 및 퍼블리셔인 NC소프트의 경우에서 보듯이 모바일게임 출시 후 수익이 급등했지만 이후 기존 게임 이탈자가 복귀하지 않고, 모바일에 돈을 더 쓰지 않으면서 매출액 규모가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선다. 이후 꾸준히 하락해서 종국에는 기존 PC 유저들이 빠진 자리를 신규유저가 채우지 못해서 이익이 기업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들면 리니지 유저가 리니지M 출시로 넘어갔다가 상상 이상의 과금을 하며 매출액을 확 올려놓고 더 이상 과금도 PC로 복귀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PC 게임의 출시 시점과 현재 시점의 거리가 멀수록 이탈 유저의 복귀 가능성을 떨어뜨려서 장기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를 위해서 많은 기업이 PC 부분에서 돈을 뽑아내기 위해서 혈안이 된다. 내가 플레이중인 블소의 경우에도 신공석, 신비수, 수호수 등을 팔고 있으며, 3주마다 성장이벤트(신규유입기대), 3주마다 보물창고(유입된 신규유저에게 과금 유도)를 진행하면서 해당 분기에 매출액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게임머니까지 판매하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2017년 4/4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매출이 급감했지만 아직 블레이드앤소울 매출액의 10배에 달하는 상황이었지만 PC 게임 이탈자의 미복귀와 과금 유저의 감소로 꾸준히 매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PC 게임에서 최대한 매출액을 뽑기 위해서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기존 유저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신규 유저의 진입장벽을 높일 뿐이다. 당장 수익을 늘겠지만 다음이 없다. 이미 인던 아이템을 다 맞춰서 할게 없다보니 전장을 뛴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2개 서버만 제외하고 레이드 인원 모집이 어려워 게임 진행이 안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버 통합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이대로라면 내가 예전에 봤던 NC 주가인 13만원대도 곧 보게 될것이다. 위기의식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MMORPG 온라인게임을 장수 게임으로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일까? 한가지 분명한건 현재 NC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팀이 하는 짓은 정답이 아니다. 내가 해당 회사의 IR자료를 보기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매출액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즉 산소호홉기를 달고 있는 상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보물창고와 신규 아이템으로 그 수준의 매출액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장수게임의 비결은 '커뮤니티'로 보고있다.

 

※ 물론 블소는 돈을 뽑기 위해서 게임 속 시스템을 갈아엎는 버릇부터 고쳐야된다. 돈은 뽑는데 사람도 같이 잃는 방식이다. 당연하지. 대기업이 고객한테 사기를 치는것과 같은데 누가 계속 게임을 하겠나? (약관에 동의했기에 게임을 그만두는것 외에 방법은 없지만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기당한 기분이 든다.)

 

블소 기준으로 문파, 리니지, 리니지2의 혈맹이 바로 그 커뮤니티의 모습이다. 결국 사람. 인간관계가 끈끈하게 이어져서 계속 게임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돈이 안 되는 부분일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접속자 수를 유지하면서 매출을 뽑아내려면 '커뮤니티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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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의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한 이유가 '사람'이었기때문이다. 하나의 게임에서 7년을 즐겼다. 일로 시작한 게임이었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혈맹이라서 나쁜 짓은 할 수 없었던 커뮤니티의 군주를 맡았었다. 현모를 진행했을때 모이는 인원이 120 ~ 150명, PC방 건물을 통째로 빌리는 일이 다반사였고 술집을 하는 혈원이 2박 3일동안 가게를 비우고 술을 내놓기도 했었다. 남녀노소가 섞여있다보니 별별 일이 다 있었다. 여자 문제로 혈원 몇 명을 내보내고 성혈에 공조요청해서 3년간 척살시킨 적도 있었으니 말해 무엇할까?

 

혈맹의 대외적인 위치 때문인지 모이는 사람들이 좀 달랐다. 직업도 특이했고, 게임을 즐기는 방식도 특이했다. (혈원 중 2명은 오로지 장사로 금 모이는 재미로 게임을 했었다.) 7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 게임을 접었다. 사람이 좋아도 파티를 구하면 3일동안 논스톱으로 해야되고, 중간에 나가려면 꼭 대타를 구해야되는 게임을 즐기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 7년 동안 고등학생이던 막내 혈원 2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고 청첩장을 보내더라. 대학생이던 혈원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접속도 못하고 현모만 참석하기도 했다. 비혼주의를 외쳤던 군인은 소개팅 한방에 결혼했다. 개념이 없이 천방지축 날뛰던 고등학생은 군대에가서 콜렉트콜로 전화를 걸어 울먹이더니 거기서 말뚝을 박아버렸다. 아무것도 없는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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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는 이런 커뮤니티의 재미가 빠졌다. 이해관계에 맞는 사람들을 모으기 바쁜 커뮤니티들이 널렸다. 같은 던전을 다닐 사람들이 필요한 커뮤니티들만 보인다. 결국 이런 상태라면 접는데 무슨 거리낌이 있을까? 내 이해관계가 끝났으니 그냥 떠나면 그만인거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돈을 쓸 사람은 더 줄어들거다.

 

나는 게임 제작사가 MMORPG를 만들때 커뮤니티에 좀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이스톡 (비슷한 개념의 모든 서비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는게 좋을거다. 사람의 목소리는 감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게임의 수명이 줄어든다. 10년 동안 돈을 뽑을 수 있는 게임을 5년만에 뇌사 상태로 만드는거다.

 

그냥 최근에 게임에 복귀하고나서 문파를 들어가려고 알아보니 내가 알던 커뮤니티의 개념과 많이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나서 한번 적어봤다. 나도 이제 정말 아저씨가 다 된 모양이다. 사회가 변하고 환경이 바뀌고 고객의 성향이 바뀌기 때문에 내가 경험했던 그런 재미는 다시 느끼기 힘들겠지. 그래도 눈 앞의 매출에 급급해서 자신들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제품을 망치는 모습보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꾸준한 매출을 얻으려는 고민을 하는 운영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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