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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섬에서 집안일 도와드리고 있어요.

일상|2018. 3. 19. 17:54

퇴직 후 바로 시작된 3월, 이 즈음에는 본가에 굴 농사를 준비하기 시작한답니다. 그래서 3월부터 5월까지 사리(썰물이 가장 많이될 때)때 그 해 굴 농사를 준비하는데요. 어제부터 3일 정도 그 일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인터넷도 안되는 섬에 들어와서 블로그를 하고 있어요. 썰물때 4~5시간만 일하면 되기에 남는 시간에는 거의 하늘만 보고 멍을 때리거든요. 그래서 섬에서 찍은 사진들로 간단히 근항이나 적어봅니다.

 

 

▲ 마을에 두 개 있는 바닷물 저장시설입니다. '용해', '둠벙' 이라고 부르는데요. 갯벌을 깊게 판 뒤에 테두리를 돌이나 시멘트로 두른 시설이에요. 밀물때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썰물때 나가는 과정에 이 곳에 바닷물이 고이는데요. 해산물을 단기간 보관할 때 이곳에 망에 넣어서 넣어두게 됩니다. 낙지, 쭈꾸미, 소라 같은 해산물을 팔기 전에 넣어두는 장소로 주로 사용되요. 부모님들이 젊었을때는 낙지를 많이 잡았는데 거의 그때 주로 썼고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어요.

 

 

▲ 바닷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이에요. 밀물때라서 물이 들어오고 있는 모습니다. 굴 틀을 깔끔하게 털어내는 작업중이라 썰물이 밀물로 바뀔때 집으로 돌아오거든요. 굴 틀은 해안가가 아니라 썰물이 최대한 빠져야 드러나는 위치에 설치가 됐기에 실제 작업시간은 몇 시간 안된답니다. 제 고향이기도 한 이 섬은 어릴적에는 해안가가 모래였으나 지금은 굴 양식을 하면서 굴껍데기가 해안가를 가득 채우고 있답니다. (어릴때는 수영도 치고 놀았는데 지금은 55세 이하의 주민이 없으니 사실상 휴양지는 아니고 '체험 삶의 현장' 이지요.

 

 

▲ 예전에는 꿈도 못 꿨을 컴퓨터 작업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때는 인터넷이 안됐었는데요. 지금은 인터넷 회선을 해저망으로 끌고와서 쓰는것보다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쓰는게 속도가 더 빠르답니다. 그래서 블로그도 쉽게 할 수 있죠. 참 좋은 세상이죠.

 

 

▲ 현재 매물이 나온 집이랍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외딴 섬이라서 집 값이 쌀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아쉽지만 집을 사면서 어업권과 양식장, 시설들을 같이 구매하는 것이기때문에 시내에 소형 아파트 가격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산이 전국에서 어업권(배허가)이 가장 비싸서 액수가 좀 높은 편입니다.)

 

 

▲ 오늘 아침에 촬영한 만조 모습이에요. 이때가 아침에 밀물이었다가 오후 1~2시까지 썰물이 이어지다가 다시 오후 늦게 물이 들어오는 시기라서 일을 하기에 좋답니다. 그래서 저도 부모님 호출을 받아서 잠시 들어와있어요. 이때가 아니면 새벽이나 밤에 물이 쓰기때문에 사실상 일은 못하죠. 어두워서 안 보이니까 바다에 나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 아침 식사에요. 집 근처에서 주워온 매생이로 국을 끓이셨다네요. 섬에 살다보니 쌀만 공수하면 반찬 걱정은 없는데요. 그래도 시장을 다닐 수 없기때문에 들어갈때마다 음료수, 과자, 빵 같은 것들을 최대한 많이 사들고 가야된답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게 아니잖아요. 제가 어릴때는 한 달에 한번 아버지가 서산 시내에 버스를 타고 나가서 큰 박스로 3~4박스를 장을 봐오시곤 했어요.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어릴때 추억이네요. 된장찌개는 제 소울푸드라 항상 한끼는 반찬으로 만들어주세요.

 

 

▲ 타지에 사는 분이 땅을 사서 별장으로 지어놓은 2층 목조주택이에요. 건축을 하시는분이라 일사천리로 짓더라고요. 깔끔하게 잘 지어서 저희 집도 저렇게 바꿔볼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사는 집을 철거할 엄두가 안나서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저 집으로 많이 찾아와요.

 

 

▲ 바닷일을 끝내고 밀물이 들어찼을때부터 세차게 불어오는 동풍의 영향으로 을씨년스러운 바다 모습이에요. 오늘 일이 끝나자마자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비가 조금씩 내리더라고요. 참 다행이었네요. 일 할때 바람불면 정말 힘든데 딱 그 시간만 피하게 됐어요. 일복이 터졌나봐요.

 

여기까지 섬에서 올리는 근황 포스팅이었어요. 이제 하루 정도만 더 하면 이번 사리가 끝나서 3월 말에 다시 와야되는데요. 굴 양식이라는게 2년 농사라서 봄과 가을에 준비할 일이 많은데 본가와 가까운 곳에 살아서 도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인거 같아요. 물론 컴퓨터만 하면서 살아서 육체 노동에 서투르지만 그래도 제가 하는 만큼은 부모님이 덜해도 되니까 그 생각으로 도와드리고 있네요. 오늘은 좀 피곤해서 일상 근황글로 올려봅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굴 농사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썰을 풀어볼게요. 참고로 이 섬에서 나오는 굴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어요. 단가가 쎄서 모두 해외에 수출이 된답니다. 아마 4월 말까지 사리때만 와서 도와드리면 봄에 할 굴 양식 준비는 다 끝나겠네요. 바짝 도와드리고 저도 제 일도 열심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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